55억 들인 서울시 메타버스, 10월 16일 종료…1년 9개월 만에 "안녕"

서울시, 10월 16일부터 메타버스 종료 안내
하루 평균 537명 방문…"핵심 콘텐츠 부족"

서울시 '메타버스 서울' 서비스 종료 안내문(서울시 제공)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팬데믹 시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열풍에 주목해 지난해 1월 나온 서울시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 서울'이 1년 9개월 만인 10월 16일 문을 닫는다. 이용자 수가 계속 저조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종료를 지시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약 55억 원이 투입된 만큼,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향후 공공앱 개발을 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메타버스 서울'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에게 메타버스 종료 시점을 알렸다. 종료 시점은 10월 16일로, 2023년 1월 정식 출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서울시 측은 "기존 이용자가 있는 만큼 종료 전까지 유예기간을 뒀다"며 "다만 서울 메타버스는 향후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 별도 서버에 보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서울'은 지난해 1월 16일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시 첫 메타버스 플랫폼이자 전 세계 최초 공공 메타버스다. 미국 타임지는 2022년 메타버스 공공 분야 '최고의 발명품'으로 메타버스 서울을 꼽기도 했다.

이 메타버스는 누구나 아바타 캐릭터를 꾸며 △경제 △문화 △교육 △민원 같은 여러 서울시 행정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메타버스 서울 오픈 기자설명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사용자가 가상 서울시장실을 방문하면 오세훈 시장 아바타도 만날 수 있다. 또 △서울역사박물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북촌 한옥마을 △반포 한강공원도 가상 공간으로 구현됐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메타버스 서울'은 올해 2단계 기본 계획을 마무리한 뒤, 내년 XR(확장현실) 실감도시·XR 기반 지능형 도시 관리 등 3단계 기본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용자가 계속 저조해 오세훈 시장 지시로 첫 메타버스 플랫폼을 종료하게 됐다. 소영철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 평균 방문자(DAU)는 537명에 그쳤다.

오 시장은 7월 초 취임 2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해당 부서가 메타버스 정책을 계속해서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제가 (종료를) 지시했다"며 "(론칭 시점에는) 메타버스가 전 세계를 지금의 인공지능(AI)처럼 휩쓸었고 미국 빅테크 기업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메타버스의 위력)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세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메타버스 사업 철수로 서울시는 공공 앱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메타버스에 2022년(시범 단계) 20억 7000만 원, 2023년 28억 원, 2024년 7억 2470만 원 등 총 55억 9470만 원을 투입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많은 예산을 들였지만, 충분한 킬링 콘텐츠를 준비하지 않은 결과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성을 띠는 메타버스가 숏폼(짧은 길이) 콘텐츠 시대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남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한두번 호기심에 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오게 하려면 특별한 재미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