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타면 두려워요" 서울시 택시 '보호벽 설치' 재추진

서울시, 법인·개인택시 조합 대상 '설치 수요 조사' 진행
일부 기사 '답답함 호소'…미국·유럽·일본에서는 '정착'

4일 오후 서울광장 옆 도로를 달리는 택시기사가 보호격벽이 설치된 택시를 타고 있다. . 2014.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시가 승객들의 폭행으로부터 택시 기사를 보호하고자 '격벽'(칸막이) 설치를 다시 추진한다. '보호 격벽'은 운전자와 승객이 타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투명 재질의 벽이다. 택시 기사와 승객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역할을 한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법인·개인택시 조합에 보호 격벽 설치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달 중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격벽 설치 찬성·반대 여부 또는 사업 참여 의사 여부를 묻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2014년, 2019년, 2021년을 포함해 총 세 차례 택시 보호 격벽 설치를 지원했다. 2014년 35대(비용 50% 지원), 2019년 250대(비용 50% 지원), 2021년 500대(최대 10만 원 지원)가 대상이었다.

다만 당시 택시 기사들이 격벽 자체가 답답하고, 요금 결제 시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해당 사업은 순항하지 못했다. 2022년부터 관련 예산이 끊기면서 지원이 멈췄다.

서울시가 택시 격벽 설치를 다시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택시 기사를 향한 폭행이 잇따르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자 폭행 사고는 2019년 2587건에서 지난해 3947건으로 무려 53%가량 늘었다. 버스의 경우 2006년부터 격벽 설치가 의무화된 만큼, 피해자 대다수가 택시 운전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측은 "주취자에 의한 폭언·폭행이 계속 이어져 택시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도입 여부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기사들의 수요를 묻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격벽 설치에 따른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좁은 택시 공간에서 기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격벽을 답답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으나, 격벽이 설치되면 (승객이) 뒤에서 뒤통수·목 등을 기습 공격하는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일본 같은 해외 국가에서는 택시 격벽 설치가 이미 정착된 상태다. 호주에서는 차량 내 CC(폐쇄회로)TV 설치와 격벽 도입이 의무화 됐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 격벽 설치를 지원하도록 하는 여객 자동차 운수 사업법 개정안이 2020년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