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대교 vs 구리대교' 갈등…33번째 한강 다리, 다른 '명칭' 붙나
국가지명위원회, 명칭 제정 결정 유보…"합의점 찾아와라"
양 지자체 입장 차이 '팽팽'…연말 준공까지 시간 '빠듯'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한강에 들어서는 33번째 다리의 이름을 두고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의 '기 싸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양 지자체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해당 안건이 교량으로는 처음으로 국토교통부 소속 국가지명위원회로 넘어갔으나 이마저도 결정이 유보됐다.
일각에서는 '구리대교', '고덕대교'가 아닌 제3의 명칭이 제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23일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국가지명위원회는 18일 한강 33번째 다리의 명칭을 제정하는 회의를 열었다.
한강교량의 명칭 분쟁이 국가지명위원회까지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강동구와 구리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위원회는 결정을 다음 회의까지 유보했다.
위원회는 양 지자체에 합의된 명칭을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 합의된 명칭이 안건으로 올라올 경우 다음 회의를 열어 다리의 이름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난 수년 동안 다리의 명칭을 두고 양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아 단기간에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다리는 연말 준공 예정으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약 2㎞의 한강 횡단 교량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부터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리~안성 간 구간 공사를 시작해 현재 해당 교량을 건설 중이다.
교량이 강동구와 구리시를 잇고 있는 만큼 양 지자체는 각자의 이유를 들며 수년째 '고덕대교'와 '구리대교'로 맞서고 있다.
강동구는 해당 다리 1.5㎞ 이내에 '구리암사대교'가 있어 '구리대교'라고 할 경우 이용자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고덕동이 교량 설계 시작점이었으며, 공사 현장이 도심지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공사 기간 내내 주민 피해와 큰 불편을 감내하며 적극 협조한 점 등도 지적한다.
이 밖에도 공사 시행 초기부터 명칭을 ‘고덕대교’로 사용해 온 점과 서울시와 강동구민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사업 관련 한국도로공사에 광역교통개선대책분담금 532억 원을 납부하며 국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점도 주장한다. 고덕동에 고덕비즈밸리가 들어서는 등 동부 수도권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구리시의 입장도 비슷하다. 구리시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한강 교량의 명칭이 '강동대교'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현재 시공 중인 교량과 기존 강동대교의 거리가 1㎞ 내외로 가까워 형평성을 고려해 다리의 명칭이 '구리대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로 짓는 다리가 행정구역상 87% 이상 구리에 걸쳐 있는 점도 강조한다.
다리의 준공이 연말로 다가옴에 따라 양 지자체장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경현 구리시장이 11일 국토지리정보원을 방문해 조우석 원장에게 구리대교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에 이어 18일에는 이수희 강동구청장이 국가지명위원회 회의에 직접 참석해 '고덕대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발표했다.
양측이 합의점에 이르지 못해 다리의 명칭이 '고덕대교'도 '구리대교'도 아닌 제3의 이름이 될 수도 있다.
관련 지자체 관계자는 "양 지자체가 합의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양 지자체가 원하는 이름의 한 글자씩을 따 이름을 짓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이름이 지어지는 것"이라며 "이 경우 두 지자체 모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도 "양 지자체가 최대한 명칭에 합의하길 바란다"면서 "다리가 '제3의 명칭'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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