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33번째 다리 명칭 두고 신경전…고덕대교냐, 구리대교냐

구리시 "형펑성 문제 있어" vs 강동구 "고덕비즈밸리 연계성"
한국도로공사, 총선 이후 명칭위원회 열 듯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대교 건설현장을 방문, 현장 관계자 등을 격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3.11.23/뉴스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한강에 33번째로 들어서는 다리의 명칭을 두고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의 신경전이 장기화하고 있다.

24일 강동구 등에 따르면 구리시와 강동구가 '명칭싸움'을 벌이는 한강 33번째 다리는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으나 아직도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다리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약 2㎞의 한강 횡단 교량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부터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리~안성 간 구간 공사를 시작해 현재 해당 교량을 건설 중이다.

수년째 강동구와 구리시는 각자의 이유를 들며 '고덕대교'와 '구리대교'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구리시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한강 교량이 명칭이 '강동대교'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현재 시공 중인 교량과 기존 강동대교의 거리가 1㎞ 내외로 가까워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33번째 다리의 명칭이 '구리대교'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리시의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지난해 국회 교통위원회, 국무총리실, 국가지명위원회 등에 전달하는 등 '구리대교'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강동구는 현재 건설 중인 새 다리와 불과 1.5㎞ 떨어진 곳에 '구리암사대교'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리암사대교'가 일부 사용자들에게 '구리대교'라 불리는 만큼 인접한 거리에 '구리대교'가 들어설 경우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다.

교량의 공사 현장이 강동구 주택가가 있는 도심지를 관통해 지난 몇해 동안의 공사 기간 구민들이 큰 피해와 불편함을 감수했다는 것도 강동구가 '고덕대교'를 주장하는 이유다. 강동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고덕강일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며 한국도로공사에 교통개선대책분담금으로 532억원을 납부, 이 비용이 새 다리 건설에 사용됐다는 점 등을 내세워 '고덕대교'를 강조한다.

강동구는 구에 동남권 대표 업무단지로 조성되는 '고덕비즈밸리'와의 연계성 역시 강조한다. 고덕비즈밸리가 상당한 규모로 조성됨에 따라 이와 연계한 명칭을 붙이는 것이 옳다는 설명이다.

관련해 강동구도 지난해 해당 교량의 이름을 '고덕대교'로 해달라는 내용의 명칭 제정 서명 운동을 진행, 7만 2000명의 동의를 끌어내는 한편 지난해 10월에는 '강동선사문화축제'에서 다리 명칭을 '고덕대교'로 명명하기를 염원하는 '소망이룸터'를 운영했다.

한강 33번째 다리 명칭이 정해지지 않으며 강동구와 구리시의 신경전이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다리의 명칭은 4·10 총선이 지난 이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구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연말 한국도로공사가 시설물명칭위원회를 열고 해당 교량의 이름을 정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며 "총선 이후 시설물명칭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리 건설처인 한국도로공사 시설물명칭위원회에서 명칭을 정하면 이에 대해 강동구와 구리시 측은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를 넘어갈 가능성이 큰데,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국토부에서 한강 33번째 다리 명칭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