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침수된 강남역 일대…"150년 만에 내릴 폭우 왔다"
지형적 한계 있어 방재대책 세웠지만 기록적 폭우에 또 침수
동작구엔 500년 빈도 폭우…'침수지역 해소 약속' 무색해져
- 박동해 기자
"30년 빈도인 시간당 95㎜의 비를 대응 목표로 방재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강남의 경우 시간당 116㎜로 150년 빈도에 해당되는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폭우로 강남 일대가 다시 물에 잠긴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응책을 마련해 봤지만 기록적인 폭우에 속수무책이었다'며 낙담한 듯 말했다.
30년 주기로 내릴 수 있을 만한 폭우를 염두에 두고 그동안 방재 대책을 수립하고 대응해 왔는데 그를 훌쩍 뛰어넘는 물폭탄이 떨어지면서 침수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내린 강한 비로 한강 이남 자치구들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집중호우 때마다 물에 잠기던 강남역 일대는 이번에도 침수돼 또다시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강남역 일대는 대표적인 서울의 상습 침수지로 지난 2010년 이후 매번 물난리를 겪었던 지역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5년 발표한 '강남역 주변 종합배수대책'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의 잦은 침수 요인은△주변보다 낮은 항아리 지형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 능력 부족 △삼성사옥 하수암거 시공 오류 등이 있었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 지역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의 지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수관도 경사 방향을 잘못 시공한 탓에 장마철마다 빗물이 역류하거나 도로에 물이 고였던 것이다.
이에 시는 배수구역 경계 조정, 유역분리터널 착공, 삼성사옥 역경사로 흐름 개선, 용허리저류조 유입관로 신설, 고지대 유입시설 확충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올해도 피해는 반복됐다.
특히 앞서 서울시는 강남역 일대의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지하 배후시설인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은 강남역으로 몰리는 빗물을 반포천 중류부로 직접 배수하는 터널로 직경 7.1m에 총연장 1162m 규모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강남역 침수에 대비해 설계된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 건설 현상을 찾아 "시간당 85㎜의 강우를 감당할 수 있는 용량으로 설계돼 2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정도의 폭우가 내려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강남·서초 일대에 그동안 침수 피해를 본 분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남역뿐만 아니라 시는 2015년부터 1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요 침수취약지역 33개소에 대한 침수 해소 사업도 진행해 왔다. 당시 시는 '2018년까지 단계적 시설 확충을 완료해 서울 시내 침수취약지역 대부분이 해소될 전망'이라고 밝혔지만 기록적 폭우로 도림천 범람 등 상습 침수 지역의 사고는 이어졌다.
이번 침수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012년부터 방재성능 대응목표롤 30년빈도 시간당 95㎜로 설정하고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직 성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는 비가 강수가 내렸다"라며 "동작구의 경우 시간당 140㎜가 내렸는데 이는 500년 빈도이고 강남구는 116㎜가 내렸는데 이는 150년 빈도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가 1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라 추가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비가 계속 내릴 것 같아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가면 피해 원인을 분석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날부터 폭우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 대폭우로 서울에서 큰 인명피해가 있었다"라며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불편을 겪으신 피해 시민들께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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