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100억 가치 있나'…충북인평원 성안길 건물 매입 논란

경매 넘겨져 한 차례 유찰되며 75억까지 하락
굳이 값비싼 상권에 들어가야 하나…특혜 논란

청주 성안길 우리문고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충북도 출자출연기관인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청주 도심(성안길) 건물을 고가에 매입한 뒤 이전을 추진해 논란이다.

이 지역 상권이 슬럼화 돼 매각 물건이 다수 나와 있는 현실에서 해당 건물과 땅값이 100억 원의 가치가 있는지, 교육 지원사업을 하는 충북인평원이 굳이 값비싼 성안길 상권에 위치해야 하는지 여러 의문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영환 충북지사와 가까운 성안길 상점가 상인회 관계자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100억원 가치 있나…고가 매입 논란

인평원은 청주 성안길 철당간 인근의 우리문고 건물을 매입해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토지는 918㎡(277평),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전체면적 2108㎡(637평)다. 인평원이 추산하는 매입 금액은 95억 원 안팎으로 매입자와 매수자가 각각 감정평가를 진행해 평균가를 매입 금액으로 정했다.

문제는 이 건물이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매입할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다.

이 건물은 지난해 말 경매로 넘어간 적이 있다. 일부 근저당권자 요구로 임의 경매개시가 결정됐다. 경매 시작가는 94억7500만 원, 올해 한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경매가는 75억8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이만한 돈을 주고 소유할 가치가 없는 건물이라는 의미다.

경매가가 최초 시작가보다 20% 떨어지면서 근저당권자는 경매를 취하했다. 최저 경매가가 건물 전체에 잡힌 근저당보다 낮아지자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를 취하하지 않고 몇 차례 더 유찰됐다면 최저 경매가는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발길 줄었지만, 여전히 비싼 땅…이전 적절한가

과거 청주의 명동으로 불렸던 성안길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다. 철당간은 과거 만남의 장소이자 성안길에서도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현재는 신규 택지지구에 신흥상권이 조성되면서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고 현재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문고 옆 옛 롯데영플라자 청주점은 2020년 폐점 이후 수년째 비어 있다. 영플라자의 폐점은 주변 상권에도 타격을 줬다. 시민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고 인근 건물 상가의 상당수는 공실이 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성안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3%다. 매매가 되지 않거나 경매에 넘겨진 건물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땅값은 여전히 충북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다.

인평원이 충북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명 안팎의 직원이 근무하는 인평원은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충북자치연수원에 위치한다. 교육 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도심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이 인평원 측의 설명이다. 잉여 사무실을 활용한 임대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평원은 장학생 선발과 장학금 사업 등 각종 교육 지원사업을 하는 만큼 교육 수요자들의 직접 방문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교육지원 기관이 임대업을 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고, 인근에 공실이 넘쳐나 기대만큼의 임대 수익이 발생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충북도청 전경. /뉴스1

우리문고 건물 선택 배경은

충북자치연수원이 내년 제천시로 이전하는 만큼 더부살이 중인 인평원의 사무실 이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평원은 업무 연관성 등을 따져 도청 인근으로 사무실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인재 양성과 평생교육 등 인평원의 역할과 규모가 점점 커지는 점을 고려해 우리문고 건물을 최적지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주시가 진행하는 성안길 도시재생사업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

도 관계자는 "접근성과 도청과 업무 연관성, 사무 공간 규모, 도시재생사업과 연계성, 철당간 광장 활용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고가 매입 의견과 관련해서는 "그런 의견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매에서 유찰된 가격이 건물의 가치는 아니다"라며 "주차장으로 활용할 도청 인근 100평 규모의 토지 가격이 포함됐고, 양측이 각각 진행한 감정가와 주변 실거래가를 따져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성안길 임대업자와 상인들 사이에서는 인평원이 새 사옥으로 우리문고 건물을 선택하기까지 성안길 상인회 관계자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안길 상인회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영환 충북지사가 당선했을 당시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 지사가 추진하는 성안길 등 원도심 활성화와 도청 개방 정책을 조언하는 역할도 했다.

이 관계자가 성안길 활성화 차원에서 김 지사에게 부동산 매매 후 활용 방안을 제안했고, 오랜 논의 끝에 계약을 앞두게 됐다는 것이다.

성안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A 씨는 "국보인 철당간 바로 앞에 위치한 우리문고는 문화재보호구역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묶여 고도제한 등 건물 활용에 여러 제약이 있다"며 "(예산이)100억 원이라면 선택의 폭이 더 넓었을 텐데 우리문고 건물을 선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현재 성안길에는 상권이 침체되면서 공실이 많은 데다 매각 물건으로 옛 서울병원자리 건물을 비롯해 우리문고보다 가치가 높은 건물이 다수 나와 있다"며 "경매 물건을 감정가와 실거래가에 맞춰 매입한다는 건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는 특혜나 다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vin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