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대형병원 응급실 일부 운영 중단…시민 불안감 확산

건국대충주병원·세종충남대병원 야간 응급실 문닫아
전문의 떠나 진료할 의사 없어…군의관 배치하기도

응급실 자료사진. 2024.9.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청권 대형병원의 응급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시민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은 지난달 31일 소속 응급실 전문의 5명이 병원을 떠나면서 야간 진료와 주말 진료를 중단했다.

남은 전문의 2명이 근무하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만 응급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아예 진료가 중단된다.

충북도와 충주시는 지역 중증환자를 청주, 진천, 음성, 괴산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전원키로 하고, 충주의료원에 공보의 4명을 파견하는 등 의료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매주 목요일만 제한적으로 응급실을 운영해왔던 세종충남대병원도 전문의들이 떠나면서 야간 응급실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애초 15명의 전문의가 근무했던 이 병원 응급실은 전문의들이 지난 5월부터 하나씩 사직하면서 지난달엔 11명으로 줄었고, 이달 1일 자로 4명이 추가 사직하면서 현재는 7명만 남았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이달부터 주간에만 성인응급실을 운영하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 사이 야간 진료를 중단했다. 단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정상 진료하고, 추석 연휴 기간인 오는 16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후 6시까지도 정상 진료한다.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지난달 응급실 전문의 2명의 휴직과 병가로 두 차례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으나, 현재는 다시 운영 중이다.

병가를 냈던 전문의 1명이 지난달 복귀하고, 군의관 1명이 파견되면서 당장의 응급실 운영은 가능해진 것인데, 남은 의료진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또다시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의료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

최희복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남은 의료진들은 체력적으로 이미 다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군의관을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어찌저찌 응급실 운영을 임시로 이어갈수는 있겠지만, 결국 남은 의료진들이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충청권 대형병원의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시민과 환자들의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인접한 지역의 응급실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고 있는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에 거주하는 정 모씨(36)는 "근처 대형병원의 응급실 운영이 하나 둘씩 중단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의정갈등 사태가 현실적으로 와닿기 시작했다"며 "아픈 것도 서러운데 치료까지 못 받을수도 있다는 현실이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청주에 거주하는 김 모씨(33) 역시 "부모님이 몸이 편찮아서 언제 응급실을 가야할 지 모르는데, 치료를 거부당할까봐 겁난다"며 "애꿎은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의료체계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