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이범석 재선가도 발목?…야권 '최고 책임자 처벌' 속내는
기소 땐 차기 지방선거 공천 가능성 불투명
정치권 "민주당 전직 의원 다수 지사·시장 눈독"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를 맞아 '최고 책임자 처벌'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충북 야권의 정치적 속내가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7월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에 맞춰 시민단체·유족단체는 연일 최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4·10총선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청주권 국회의원 4명도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는 물론 최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거론하는 최고 책임자는 미호천교 공사의 관리·감독 책임자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지하차도 관리자인 충북지사, 관할 재난대응 총책임자인 청주시장으로 압축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처벌 대상을 최고 책임자로 순화하기는 했으나 사실상 주표적은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이라고 반응한다.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호강 기존 제방을 허물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만든 탓이다. 집중호우에 임시제방이 버티질 못하고 유실되면서 미호강 물길이 인근 지하차도까지 나면서 발생한 침수 사고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으나 현재로서는 지사와 시장이 지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라기보다는 재난대응에 행정적인 책임 정도를 물을 수 있는 간접적인 인과관계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지사와 시장을 행정처분이 아닌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만약 야권의 주장대로 지사와 시장이 중대시민재해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다면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의 재선가도는 힘겨워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소속 두 단체장은 2년 후 치러질 6·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오송 참사로 법정에 서게 된다면 당내 공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가 1년 가까이 이어질 정도로 두 단체장의 사안은 중대성이 있다. 기소가 이뤄진다면 당연히 1심부터 상급심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통상 당내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을 위한 공천 작업이 선거 2개월 전부터 이뤄지는 점을 미뤄 2026년 3월 전에 대법판결까지 끝낸다면 모를까 재판을 받는 위치에서 공천 신청은 당연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보여줬듯 다가올 지방선거에서도 엄격한 공천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 '피고인' 신분으로 중앙당 또는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가까스로 재판까지 끝내놨다면 다음은 유무죄가 걸린다. 법원의 유죄 판결로 벌금형이라도 받는 날에는 야권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도민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유죄 판결을 선거 기간 내내 거론하며 파고들 수 있어서다.
결국 공천 신청 전 재판을 끝내놓고, 무죄까지 받아내야 만 두 단체장의 재선가도가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적 시각으로만 봤을 때 이것이 야권에서 그리는 '최고 책임 처벌'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기소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덧씌워 현직 단체장의 당내 입지를 와해시키고, 공약 사업 마무리와 지지도 향상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재판에 양분시켜 집중력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청주권에서 신진세력들로 세대교체를 이뤘고, 자리에서 밀려난 전직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라며 "이들의 재입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여권 현직 도지사와 시장으로, 최고 책임 처벌이 전략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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