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관리 '말로만'…충주 수안보 벚나무 잔혹사

굵은 가지 잘라내고 보호제 안 발라…부후균 감염
후계목 대처도 전무…주민 "관리도 못 하니 답답"

충북 충주 수안보 벚나무가 1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충주시가 여전히 벚나무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나무 기둥이 잘려진 수안보 벚나무.(독자 제공)2024.5.8/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 수안보 벚나무가 1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충주시가 여전히 벚나무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수안보 지역 주민에 따르면 수안보 벚나무가 무분별한 전지작업으로 상처 입고,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평균 수령이 65~70년인 수안보 벚나무는 전지작업으로 굵은 가지가 잘려 방치되는 일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발생했다. 절단면에 살균용 방부제를 발라줘야 하는데 제대로 조처된 곳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수안보 벚나무는 전체 1000여 그루 중 70% 이상이 부후균에 감염됐다는 게 주민 설명이다. 부후균에 감염되면 치료하고 보호제를 바르고, 영양 주사를 공급해야 한다.

전지작업은 휴면기에 하는 게 보통인데, 이번 전지작업은 잎이 돋아나고 자랄 때 했다는 점에서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안보 벚나무처럼 도심 속 벚나무는 수명이 70년 정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후계목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아직도 후계목 심시 작업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도심 속 벚나무는 도로나 전기 시설 등으로 후계목을 심기 적절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일부 주민은 기존 벚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다른 장소에 벚나무를 심어 가꾸는 게 합리적 대안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공무원이 전지작업 때 현장에 나와보기라도 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계목 대처도 세우지 않고 기존 벚나무 관리도 못 하니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전지작업은 도로 개설로 나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지난해부터 고사한 나무를 보식하고 있는데, 후계목은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충주시는 지난해 수안보 옛 와이키키호텔 앞 인도에 보도블록 확장공사를 한 뒤 벚나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벚나무가 일부 말라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안보는 매년 벚꽃이 필 무렵 수안보 온천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전정작업 뒤 그대로 방치된 수안보 벚나무./뉴스1

blueseek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