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시공사 직원 "현장소장 지시로 허위 설계도면 만들었다"
검찰·변호인, 4차 공판서 시공사 직원 3명 증인신문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호천교 제방공사의 시공사와 감리사가 참사 이후 조직적으로 증거를 위조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검찰과 미호천교 제방공사 현장소장 전 모 씨(55)의 변호인은 28일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시공사 금호건설 직원 안 모 씨, 조 모 씨, 이 모 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을 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은 참사 이후 전 씨와 감리단의 지시를 받고 설계도면 또는 시공계획서를 위조한 인물들이다.
검찰은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설계 도면 등이 허위로 작성된 구체적인 경위를 파헤치며 이들이 전 씨에게 증거 위조를 지시받았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고, 변호인 측은 문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증인 안 씨가 신문 과정에서 진술 내용을 번복하자 참사 발생 하루 뒤인 지난해 7월16일 전 씨가 안 씨와 통화한 녹취서를 제시하며 "당시 안 씨가 '경찰이 임시제방 도면을 요구하던데요'라고 묻자 현장소장 전 씨가 '옛날 문서를 토대로 레벨(높이)만 수정해가지고 작성해놓아라'고 답했는데, 이건 뭐냐"고 물었다.
그제야 안 씨는 "소장님(전 씨) 지시를 받고 했다"고 말했다.
증인 조 씨 역시 '감리단에서 요구하는 자료는 신속하게 작성해서 줘라'는 전 씨의 지시를 받고 시공계획서를 위조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지시를 받고 허위로 서류를 만든 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이런 행위가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씨의 변호인은 "2023년 임시제방 설계도면 허위 문건이라고 말했는데, 그 의미가 기재된 내용 자체가 허위라는 것인지, 단지 사후에 작성됐기 때문에 허위로 작성됐다고 한 것이냐"고 증인에게 공통으로 물었다.
증인들은 "사후에 작성된 것이어서 허위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전 씨는 2021년 10월 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헐고 임시제방을 법정 기준보다 1.14m, 기존 제방보다는 3.3m 낮게 부실시공해 30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시공계획서나 도면도 없이 허술한 방식으로 임시제방을 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사 직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시공계획서가 있었던 것처럼 꾸미는 등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
전 씨는 재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이번 참사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관계기관 공무원과 시공사·감리사 직원 12명과 법인 2곳을 추가 기소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무원 5명,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3명, 금호건설 직원 2명, 감리사 ㈜이산 직원 2명에 대한 재판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오송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전 씨와 감리단장 최 모 씨(66)를 포함해 총 16명(법인 2곳 포함)이다.
앞서 지난해 7월15일 집중 호우로 미호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십수 명이 다쳤다.
검찰은 국무조정실의 의뢰에 따라 수사본부를 꾸려 행복청과 충북도·청주시·충북경찰청·금강유역환경청·금호건설 등 책임자를 가려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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