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월류 위험 수년 전부터 있었다…감독기관은 알면서 묵인
검찰 수사 결과...2021년 허가 없이 기존제방 철거, 우기 때만 임시제방 설치
미호천교 제방공사 감리단장 구속기소…책임회피 증거조작 혐의도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부실 제방의 월류 위험이 수년 전부터 있었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시공사는 우기가 지나면 제방을 철거했다가 다시 쌓기를 반복해왔고, 관리·감독 기관은 이를 알고도 묵인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청주지검 오송참사 수사본부에 따르면 시공사는 지난 2021년 10월 처음으로 미호천교 기존제방을 철거했다.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에 진출입하는 건설장비의 교통 편의를 위해서다.
제방을 철거하기 위해선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감리사는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제방을 허물었다.
시공사와 감리사는 제방이 없으면 수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듬해인 2022년에는 우기를 앞두고 임시제방을 설치했다가 우기가 지나자마자 다시 철거했다.
올해는 미호천교 도로 확장공사가 준공을 앞두고 있던 탓에 임시제방 축조는 후순위로 밀렸다.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된 지난 6월29일이 되어서야 주민들의 민원으로 뒤늦게 임시제방 공사가 시작됐지만, 기존 제방보다 3.3m나 낮게 부실 조성됐다.
임시제방 축조 시에는 시공계획서나 도면도 없이 허술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감리사와 미호천교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이들 기관은 시공사가 우기 때에만 제방을 설치했다가 우기가 끝나면 제방을 철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방치했다.
결국 부실한 제방이 유실되면서 그 틈으로 하천수가 흘러나왔고, 지하차도로 유입됐다.
미호천교 공사현장 관리·감독의 총책임을 맡고 있던 감리단장 최모씨는 참사 직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보강공사에 나섰으나, 월류를 막지는 못했다.
최씨는 또 참사 직후에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증거까지 조작했다.
그는 참사 이틀 뒤에 퇴직한 감리 책임자의 서명을 위조해 원래 임시제방 시공계획서가 있었던 것처럼 꾸몄다.
검찰은 최씨가 참사의 핵심 피의자라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위조·사용 교사,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를 적용해 이날 구속기소했다.
오송 참사와 관련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재판에 넘겨진 첫 피의자다.
최씨와 함께 구속된 시공사 현장소장도 조만간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검찰은 시공사와 행복청, 나머지 부실 대응기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벌여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관련기관의 단체장과 최고책임자에 대한 중대시민재해처벌법 수사 여부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7월15일 집중 호우로 미호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검찰은 국무조정실의 의뢰에 따라 수사본부를 꾸려 행복청과 충북도·청주시·충북경찰청·금강유역환경청·금호건설 등을 대상으로 참사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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