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감사원 '힐링관광지 조경비리' 적발…영동군 후폭풍 확산
군, 공식 사과 후 사태 수습…시민단체 "일벌백계" 비난 고조
경찰 수사 결과·조경업자 잔액 지급 여부 등 초미의 관심사
- 장인수 기자
(영동=뉴스1) 장인수 기자 =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충북 영동군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조경사업 관련 비리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군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태 수습에 애를 먹고 있지만 지역사회단체는 부적정 행정 집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향후 감사원이 의뢰한 경찰 수사 결과와 조경업자에게 잔액 지급 여부 등이 여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6건 위법·부당사항 적발
감사원은 지난 6일 군이 레인보우 힐링관광지를 조성하면서 비싼 값에 조경수 등을 구입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군은 애초 2020년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벼락 맞은 천년 느티나무' 등 조경수 5그루를 1억1900만원에 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경업자가 30억원을 요구하자 군은 재감정을 거쳐 느티나무 고목 10그루를 포함해 147그루의 조경수와 조경석 등을 20억여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군은 순환도로 확장공사비를 부풀린 뒤 이 중 9억9000만원을 조경수 구입 등에 사용하고, 잔액은 추후 지급하기로 했다.
영동군의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인 감사원은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부당 조성 의혹과 관련, 6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전 영동군수의 비위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하고 당시 조경사업을 주도한 힐링사업소 팀장을 강등, 소장을 정직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영동군수는 지난해 7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조경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자 군 자체 감사로는 의혹 해소에 한계가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었다.
◇군 "관행·악습 청산"…시민단체, 징계·손해배상 청구 촉구
영동군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이튿날인 지난 7일 공식 사과했다.
군은 이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군민의 어려움을 풀어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걱정을 끼쳐 드렸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세를 다시 가다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관리책임 강화를 약속하겠다"라며 "잘못된 관행과 제도적 악습을 청산하고 구태를 벗어 던지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심은 군의 공식 사과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동의 민주시민회 등 6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업 관련 담당 팀장, 소장은 파면 등의 징계처분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은 감정평가액을 부풀린 2차 감정평가 법인에 대해 행정처분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조경공사업을 등록하지 않고 조경공사를 한 판매업자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고발하라고도 했다.
◇지급 잔액 10억원 의결에 불똥…출구전략 카드는
영동군의회는 지난달 30일 군이 2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편성한 조경업자에게 지급할 잔액 10억1000만원을 의결했다.
이에 영동의 시민단체들은 "조경수 비리 관련 예산이 포함된 추경을 의결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며 군과 군의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향후 조경업자에게 잔액 지급 여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감사원 의뢰로 충북경찰청이 진행하는 수사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수사 결과에 따라 조경 비리를 둘러싼 후폭풍이 증폭될 수 있어서다.
군도 전 군수나 담당 공무원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비위가 나오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구매 절차를 진행한 점과 과도한 비용을 내고 조경수를 산 점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동군은 이른 시일 내 국토교통부에 구입한 조경수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 추가 감정에서 조경수 가격이 이미 집행한 예산보다 낮게 나오면 지급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지역사회 안정과 실추된 군정 이미지 회복을 위해 집중할 것"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서둘러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jis49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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