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2주기…도현이법은 언제쯤 통과될까
"할머니 죄 없다" 형사는 종결…민사는 연초 선고
여전히 떠도는 '도현이법'…현 국회 상황에 더 막막
- 윤왕근 기자
"뼈에 사무치는 고통 속에 살아가지만, 도현이가 남겨준 소명을 다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2주기가 찾아왔다.
숨진 아이의 유족이자 운전자 할머니의 가족들은 2년 가까이 사고 차량 제조사와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 형사 건은 할머니의 '무혐의'로 종결됐다.
남은 것은 이 사고로 촉발된 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이른바 '도현이법'을 법전에 오르게 하는 것이지만, 22대 국회 들어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사고 당시 운전자이자 도현군의 할머니인 A 씨(71)는 최근 수사기관으로 부터 혐의를 벗었다.
강릉경찰서는 지난 10월 말 춘천지검 강릉지청으로부터 ‘송치요구 불요’ 결정 관련 서류를 넘겨받았다.
'송치요구 불요'는 불송치 결정을 했던 경찰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재수사했음에도 ‘혐의가 없다’는 결과를 검찰에 보낼 경우, 검찰 역시 기소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짓는 결정을 말한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A 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리고 불송치 했다.
당시 경찰은 A 씨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를 두고 "제동 계열에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아 브레이크는 정상 작동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검찰은 A 씨에 대해 추가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2월 21일 강릉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경찰은 9개월 간의 재수사 끝에 기존과 같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사고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년 가까이 장기화되고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8번째 재판은 양측이 섭외한 전문가가 배석한 증인 신문으로 진행, '기술 공방'이 오갈 예정이다.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가 국민적 관심을 모은건 사고 진위와 별개로 "급발진 사고 입증을 왜 운전자가 해야 하느냐"는 아이 아버지의 외침에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인 이른바 '도현이법'을 제정해 달라고 낸 국회 국민동의 청원엔 9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줬다.
이 씨는 21대 국회 당시에도 동일한 국민청원을 올려 순식간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낸 바 있다.
이 씨는 당시 청원에 "급발진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가폭력"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급발진 의심사고 시 사실상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고 당사자나 유가족이 해야 되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게 돼 있다"며 "현행법을 자동차 제조사에서 결함이 없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에 대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 성립 요건을 충족하면서 국회의원들도 '도현이법' 제정을 위한 입법 발의를 시작, 현재까지 총 8건을 소관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다만 22대 국회가 비상계엄 선포 등으로 현재 '도현이법'과 같은 민생 현안을 다룰 상황이 안되면서 막막한 상태다.
이상훈 씨는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 22대 국회에 다시 올렸지만 현 국회가 민생을 챙길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답답하고 아쉽다"며 "다만 상위법 개정을 위해 기댈 곳은 국회밖에 없기 때문에 조속히 정상적인 국회가 조성돼 민생 현안을 다룰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원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도현 군 할머니 A 씨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이자 A 씨 손자인 도현 군이 숨지고, A 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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