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보복' 접경지 긴장 속 가을추수…"대남방송 소음 더 커져"(종합)
'동해안 최북단' 고성 명파리 긴장 속 가을 걷이
강화도 주민 "어젯밤 소음 더 커져…두렵다"
- 윤왕근 기자, 이시명 기자
(강원 고성·인천=뉴스1) 윤왕근 이시명 기자 = 북한이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하고, 동해선 도로에서 폭파작업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도발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접경지 주민들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주민들은 북한의 대남방송 소음이 더 커지고, 지난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이 잠시 제한되자 긴장 속에 일상을 보내고 있다.
14일 강원 고성군에 따르면 이날 민통선 이북지역에 대한 출입통제나 이동자제 권고 등 비상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동해안 최북단 어장인 저도어장도 특별한 정황 없이 정상 조업 중이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현내면 명파리 주민들도 평소처럼 민통선 이북지역 내 영농지를 드나들며 막바지 벼 수확을 하거나 들깨를 거둬들이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군 당국에서 민통선 내 영농인들의 출입을 제한했고, 11~13일 고성 통일전망대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김남명 명파리 이장은 "오늘(14일)은 민통선 출입이 허가돼 30여명의 출입 주민들이 벼베기와 들깨를 수확하고 있다"며 "이런 도발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오히려 무덤덤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뉴스를 보니 그동안의 도발 징후보단 수위가 높은 것 같아 개인적으론 우려가 크다"며 "어제 뒷산에 올라가보니 대북확성기도 여전히 울려퍼지고 있더라"고 말했다.
최태욱 전 재경고성군민회장은 "아무래도 접경지 주민들은 안보상황에 따라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생계가 직결되기 때문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며 "빨리 대화 관계가 개선돼 접경주민들이 공포스런 상황에서 벗어나 일상을 보낼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 강화지역 주민들은 최근 대남방송 소음이 더욱 커졌다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 거주하는 안모씨(30대)는 "3개월 동안 대남방송 소음에 시달리고 있지만, 어젯밤 소리가 제일 컸다"며 "잠자리에 들기 전 우리 딸아이(7)가 무섭다고 울면서 내 곁으로 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안 씨는 "북한이 전쟁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 소음이 커진 만큼 실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 두렵다"며 "강화군민을 포함한 국민 안정을 위해 정부가 평화적으로 이번 사태의 실마리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는 지난 7월부터 북한이 송출하는 대남소음 방송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소음방송은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 대응을 위한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따른 맞대응 차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비롯해 연평·소청도 등 서해 5도 섬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령도 주민 장모 씨(72)는 "북한의 대남방송을 백령도에선 들은 적이 없다"며 "북한의 '전쟁준비 태세' 소식은 뉴스를 접한 주민 대부분이 알고 있을 테지만, 오늘도 어민 대부분이 꽃게조업에 나갔다"고 말했다. 장씨는 "다만 북한이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이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연평도 주민 박모 씨(64)도 "어업에 나선 선박을 향한 북한의 GPS 교란 시도 등 특이 사항을 느끼지 못했다"며 "꽃게조업이 무난히 진행되는 등 주민들도 불안에 떨거나 걱정하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청도 주민 박 모 씨(65) 역시 "북한 관련 긴급한 상황이면 군부대에서 '조업 나가지 말고 대기하라'는 방송을 전파할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며 "주민들은 아무 지장 없이 일상생활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한 무인기가 이달 3일과 9일, 10일 평양시 중구 상공에 침범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고 13일 밝혔다.
우리 군도 북한 측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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