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들고 어슬렁…" 옷에 피묻은 20대, 친할머니 살해한 손자였다

오늘 존속살해 혐의 첫 재판…'심신미약' 주장 여부 관심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흉기를 든 사람이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2일 오후 11시 경찰 112 상황실에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전화 1통이 걸려 왔다.

신고 위치는 강원 강릉시 청량동의 노상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던 20대 남성 A 씨를 체포했다.

체포한 A 씨의 옷 이곳저곳엔 피가 묻어 있었다.

강력범죄 정황이 있다고 본 경찰이 A 씨에 대해 강도 높은 취조를 이어가던 중 또 1통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경찰에 걸려 왔다.

"주인집 할머니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어요."

이 신고가 A 씨와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 경찰이 신고 위치를 확인해 보니 강릉 강동면 안인진리의 한 주택이었다. 바로 A 씨 자택이다.

소방 출동 당시 이 주택에 살던 70대 여성 B 씨는 심한 출혈로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병원 이송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전경.(뉴스1 DB)

숨진 B 씨는 A 씨의 친할머니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B 씨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붙잡힌 청량동은 안인진리 자택으로부터 약 8㎞ 떨어져 있다.

A 씨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동선을 두고 택시 기사와 마찰을 빚어 중간에 내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한다.

A 씨는 과거 여러 차례 소액 사기 범죄를 저질러 경찰이 같은 달 초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A 씨에게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영장 청구를 기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손주의 변(辯)은 1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 법정에서 열리는 A 씨의 존속살해 혐의 재판에서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 상태인 A 씨가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런 가운데 A 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술을 조사 단계에서 확보돼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 씨가 앞서 저지른 소액 사기 범죄도 존속살해 재판과 병합돼 진행될 예정이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