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청년 사망 '괴롭힘' 가해자 측…"다른 사인 있어" 주장
검찰 항소 기각 요청…1심서 2년6개월 선고
"채무 등 다른 요인" 주장…내달 항소심 선고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첫 직장에서 도를 넘는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물다섯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故) 전영진 씨(당시 25세)에게 폭언과 압박, 폭행을 가한 직장 상사 측이 또 다시 사망의 책임을 전 씨에게 돌리는 주장을 폈다.
1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1부(권상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41)의 협박, 폭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선고와 같은 징역 2년6개월을 유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정황상 피해자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으로 보이고, 직장 내 갑질로 피해자가 사망,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에 관한 폭언과 협박 정도가 가볍지 않고, 항소심 재판 계속 중에도 사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려는 듯한 행위를 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자술서도 작성했다"면서도 "다만 1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지난 5월 열린 이 사건 항소심 첫 공판 당시에도 "전 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가 반드시 A 씨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변호를 한 바 있다.
숨진 전 씨가 극단 선택 전 여러번 불특정 이유로 실종신고가 된 적 있고, 전 씨가 진 채무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주장이다.
이날 A 씨 측 변호인은 "민사 재판부에서 채택한 사실조회 결과 2차례 가족 간 불화 등으로 실종신고가 된 적이 있다"며 "채무 초과 상태 등 망인에게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사망을 하는 데 있어 다른 여러 요소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발언 기회를 얻은 A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짧막하게 말했다.
또 A 씨 측 변호인은 "유족에게 제대로 된 이제 피해 회복을 위해 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며 공탁 등을 통해 속죄하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온 유족들은 A 씨 측 주장에 울분을 터트렸다.
한편 속초지역 자동차부품 업체에 근무하던 A 씨는 지난해 3월 초 사무실 앞마당에서 직장 후배인 영진 씨에게 화를 내며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같은 해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B 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비슷한 식으로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12대야", "이 개X끼가 뒤지려고, 안 맞으니 풀어져서 또 맞고 싶지? 오늘 한번 보자" 등 폭언을 86회에 걸쳐서 하고, 16회에 걸쳐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처럼 첫 직장에서 생지옥을 견디다 못한 영진 씨는 지난해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9월5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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