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조직서 '장집' 활동 30대…조직 돈 가로채 나누려다 덜미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타인의 가족을 사칭하는 수법의 사기조직에 가담해 범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그 조직과 공모해 얻은 범죄수익을 가로채려고 하는 등 공모자들과의 균열 속에서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성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32‧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A 씨는 지난 3월 14일 오후 6시 50분쯤 모처에서 다른 이들과 범행을 공모해 하루 뒤인 3월 15일 B 씨의 돈 1590만 원을 여러 계좌로 나눠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불특정 사람들의 가족을 사칭해 문자메시지와 링크를 발송,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금융정보를 빼내는 ‘피싱 사기조직’에 가담한 후 국내 대포통장 명의자들의 모집하는 속칭 ‘장집’을 맡았는데, 다른 공모자들과 역할을 나눠 B 씨의 돈을 가로챈 혐의다.

공소장에 따르면 공모자 중 1명인 C 씨가 지난 3월 15일 오후 2시 20분쯤 모처에서 B 씨의 딸을 사칭, 그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토록 했다. ‘아빠, 핸드폰이 망가져서 보험처리를 해야 하는데, 아빠 휴대전화를 좀 사용해야 할 것 같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원격제어 프로그램 링크를 발송하는 수법이었다.

또 ‘아빠 그냥 평소에 사용하는 편한 번호 4개 누르면 돼, 채팅방 닫지마’라는 내옹의 메시지도 보내면서 B 씨를 속였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혀 있다.

재판부는 A 씨가 과거 대출금 명목으로 C 씨에게 대출금 명목의 돈을 받았다가 계좌가 압류된 경험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C 씨의 사기조직 활동을 알고 그에게 먼저 연락해 범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범행수익을 C 씨의 조직에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채 다른 공모자들과 일정 비율로 나눠가질 생각이었는데 분배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한 공모자의 제보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조직 내 대단한 지위랄 것도 없고, 단 한 차례만 C 씨를 속일 수 있는 수법을 가지고 일회적으로 가담한 것뿐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은 86만 원으로 공소사실 기재 피해금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점, 전과, 이 사건으로 4개월 가까이 구금돼 있으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