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 주민 비상 "확산될까 약속도 취소"
배나무 200그루 키우는 농가서 지난주 확진… 내주까지 매몰 처리
- 한귀섭 기자
(홍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올해 강원도내 첫 과수화상병이 홍천에서 발생하자 지역 과수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27일 오전 11시 강원 홍천군 남면 신대리의 한 배 농가. 농민과 작업자들이 한창 열매를 솎아주고 공을 들어야 할 시기에 이곳엔 외부인 출입을 막는 통제선만 길게 쳐져 있었다.
지난주 이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뒤 나무엔 손을 대지 않아 이파리가 무성했고, 바닥은 잡초로 가득했다.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일대 농촌엔 적막감만 맴돌았다.
같은 시각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출입 통제되고 잘 되고 있는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약속·모임을 취소하는 등 과수화상병 추가 발생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모습이다.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로부터 1.1㎞ 떨어진 곳에서 만난 이재업 씨(65)는 말없이 혼자 적과 작업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10년째 1400그루의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 씨는 "인근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며 "확산될까 겁은 나지만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며칠 간은 혼자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온이 들쭉날쭉해 올해 사과 농사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사비(동녹 현상)가 많이 생겨 솎아주고 있지만, 좋은 상품이 나올까 걱정이 많다. 인건비, 자잿값 등 모든 게 다 올랐는데 본전은 건질까 걱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홍천의 배 농가는 지난 23일 의심 신고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다음 날 정밀 검사에서 최종 확진됐다.
해당 농가는 배나무 200그루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모두 매몰 처리될 예정이다. 매몰은 인력·장비 등을 확보해 다음 주까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배에 주로 피해를 주는 세균병의 일종이다. 나뭇잎이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게 그을린 증상을 보이다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과수화상병 발생 농장 주변 100m 안의 과수는 뿌리째 캐내 땅에 묻은 뒤 생석회 등으로 덮어 살균해야 한다. 발병 농가는 3년간 과수 재배가 금지된다.
최승업 홍천군 농업 기술원 소득작목팀장은 "과수화상병이 어디서 왔는지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인근 과수 농가 예찰·예방에 나서겠다"며 "농민들은 과수화상병이 의심된다면 즉시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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