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강릉 할머니' 추가 재연…"국과수 분석 틀렸다"
변속 레버 변경 등 3개 상황 가정… AEB는 모두 '정상 작동'
운전자 측 "국과수 분석 틀렸다… 페달 오조작 없었다는 증거"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추가 재연 시험이 27일 진행됐다.
사고 당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작동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이번 시험은 이날 오전 강원 강릉 초당동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당시 사고 차량 운전자 A 씨 측이 진행했다. A 씨는 사고 차량 제조사와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A 씨 측은 2년 전 사고 차량인 2018년식 '티볼리 에어'에서 전방 충돌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AEB가 작동하지 않은 건 '결함'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사설 감정 차원에서 이번 시험을 마련했다.
A 씨 측은 사고 당시 티볼리 차량이 1차로 모닝 차량을 추돌하기 전에 전방 충돌 경고음이 울렸지만 AEB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계 결함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제조사 측은 "AEB는 가속 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면 해제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과수 감정에서도 "모닝 차량 추돌 전 (티볼리 차량의) 변속 레버 '중립'(N)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AEB가 해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A 씨 측은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이날 △사고 당시 차량에서 '웽'하는 굉음이 나기 전 속도인 시속 40㎞ △모닝 추돌 직전 속도인 시속 46㎞로 각각 주행하고, 또 △모닝 추돌 직전 기어를 '중립'으로 변속하면서 AEB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
각각의 상황에서 실험 차량의 AEB가 정상 작동해 멈추어 선다면 국과수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고,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이 증명된다는 게 A 씨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날 재연 시험엔 사고 차량과 동일 기종인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과 사고 당시 처음 추돌했던 모닝 차량과 동일한 크기의 스티로폼 모형이 동원됐다.
첫 번째 실험에서 티볼리 차량 운전자는 교회 정문에서 모닝 모형이 세워진 곳까지 300여m를 액셀러레이터를 시속 40㎞에 맞춰 밟았다.
모닝 모형이 나타나자 티볼리 차량에선 전방 충돌 경고음이 울렸고, 이에 운전자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뗐다.
그러자 티볼리 차량은 모닝 모형 충돌 직전 '끽'하는 마찰음과 함께 멈춰 섰다. AEB가 정상 작동 했다는 의미다.
두 번째 실험에서 운전자는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해 가속페달을 시속 46~47㎞에 맞춰 모닝 모형으로 돌진했다. 이후 경고음이 울렸지만 실험을 위해 계속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도 티볼리 차량은 다시 마찰음과 함께 멈춰 섰다. 멈춰선 직후 '툭' 하며 해당 차량이 살짝 앞으로 움직였다. 이에 대해 운전자는 "정지 직후 AEB가 해제되면서 페달을 밟고 있는 여파로 차량이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실험에서 운전자는 동일한 거리를 시속 47㎞로 주행하다 경고음이 울리자 가속페달을 밟은 채 변속레버를 '주행(D)'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이때도 차량은 다시 멈춰 섰다. 이는 국과수 감정결과에 배치되는 것이다.
A 씨 측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나루의 하종선 변호사는 "3가지 실험 결과, 국과수가 오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상황대로 차가 주행했을 때도 AEB가 정상 작동했다"며 "특히 중립 상태에서도 AEB가 작동된 걸 봤을 때 중립 상태가 AEB 해제조건이 아니란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결국 사고 차량의 경우 이번 실험과 달리 AEB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이게 차량 결함의 증거"라며 "당시 AEB가 모닝 차량 충돌을 앞두고 정상 작동하지 않아 중대한 사망사고를 발생케 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운전자 할머니의 아들이자 숨진 도현 군 아버지인 이상훈 씨는 "지난달 재연 감정을 비롯해 오늘 사적 감정까지 소비자인 유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검증을 했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제조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 뒤에 숨어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었고, 국과수는 자의적 추론으로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건 현행법인 '제조물 책임법'상 결함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이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21대 국회에 해당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목소리 높였건만, 21대는 끝이 났다. 22대 국회에선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를 위해 해당 법안을 꼭 통과시켜 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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