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찾아다니며 ‘초등학교 입학설명회’…꺼져가던 학교 살렸다

[지방지킴] 40명대 학생 유지되다 지난해 27명 ‘뚝’ 위기감 고조
‘전교생파티’…고성 어촌 시골학교 1년 만에 ‘신입생 8명’ 입학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

강원 고성 거성초 전교생 생일파티.(학교 제공)

(강원 고성=뉴스1) 한귀섭 기자 = 전교생이 20여명에 그치며 지역 소멸학교의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 끝에 1년 만에 신입생 8명을 받은 강원 고성의 시골 학교가 있다.

어촌 지역인 강원 고성 거성초다.

1968년에 개교해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성초는 산업화로 도심으로 인구가 빠져나간 뒤 지역 소멸을 겪으며 학생 수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한때 600명 이상을 자랑하던 전교생은 지난해 20여명까지 줄었다.

고성 거성초는 2020년 45명, 2021년 43명, 2022년 41명으로 40명 때 학생수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27명까지 떨어지면서 위기가 감지됐다. 50년이 넘는 역사가 사라질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학교 구성원들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에 학교 구성원들은 군청과 공공기관 등이 모여있는 고성읍 일대를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강원 고성 거성초 서핑 체험 활동.(학교 제공)

학교 관계자들은 인근 공공기관, 주택 등을 방문해 직접 리플렛을 만들어 홍보를 다녔다. 처음에는 땅끝 시골학교에 누가 다니겠냐면서 핀잔을 줬지만, 학교 구성원들은 모두 하나 돼 1년 내내 홍보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거성초는 2024학년도 입학설명회를 여는 등 신입생 유치를 위해 학부모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갔다.

진정성이 전해지자 거성초 학생은 지난해 27명에서 졸업생을 배출하고도 올해 8명이 입학해 올해 33명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8명 가운데 7명은 고성읍 일대 거주하는 초등학생들로 집계됐다. 학교는 이들을 배려해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등 각종 대비책을 마련했다.

1년만에 낸 성과에 타 학교에서는 신입생 증가 이유와 학교 프로그램 등을 묻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강원 고성 거성초 플로깅 봉사활동.(학교 제공)

거성초는 기초학력 신장을 비롯해 참여형 프로그램, 맞춤형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소외되는 학생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큰별 히어로(거성초를 본떠 만든 말) 프로그램으로 매월 전교생이 함께하는 생일파티, 학생자치회가 운영하는 쉼터 운영, 인성교육을 비롯해 학부모와 함께하는 글램핑, 텃밭가꾸기 등 각종 프로그램으로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또 서핑, 낚시 등 수상레저활동과 환경정화 활동, 친환경 채식가꾸기 등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특히 기초학력을 위해선 담임공부방(연간 40시간 운영 담임교사와의 1대 1수업), 학습지원튜터(연간 518시간 운영 외부학습튜터와 1대 1수업), 소인수 맞춤형 교과 보충(연간 40시간 운영 2~3명 그룹 보충수업), 방학 중 학력 캠프(방학 중 2주, 여름·겨울 방학 중 각 1주) 등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강원도창의력챔피온대회, 학생과학발명품대회, 강원도 과학전람회에서 잇따라 금상을 따내는 등 강원도내 각종 대회에 참여해 성과를 거뒀다.

강원 고성 거성초 원어민 수업.(학교 제공)

이 외에도 코딩교육, AI 인공지능 교육, 드론축구, 생존수영, 플로깅 봉사 등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연간 운영되고 있다.

또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교실도 운영 중이다. 돌봄교실에서는 원어민 영어, 요리 수업, 토탈 공예, 지역도서관 방문, 놀이체육 등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심명섭 고성 거성초 교감은 “우리 학교는 교직원 모두가 하나돼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입생 수를 늘리고 타 지역에서도 올수 있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와도 더욱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인구소멸로 지역 농산어촌 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노력하고 있다”면서 “교육청에서 맞춤형 지원 등을 통해 학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