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때 성관계 촬영, 친구들과 공유…법원 '실형→집유, 왜?'

법원 "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아, 17세 소년이었던 점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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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뉴스1) 신관호 기자 = 고교 학창시절 중학생 연령의 여성청소년에게 저지른 성범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20대 남성이 합의를 끌어내 항소심을 비롯한 수개월의 재판을 거듭,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 늦게 알려졌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 1단독은 올해 4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명예훼손,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21)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등도 명했다.

A씨는 17살이었던 2019년 5월 20일쯤 강원 평창군 모처에서 B양(당시 14세)과 성관계를 맺으며 몰래 B양 신체부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에 동월 말쯤 평창 모 고교 2학년 교실에서 그 촬영물을 6명의 남학생에게 보여준 혐의도 있으며, 심지어 당시 친구들에게 '이 영상에 나오는 애가 내 여자친구'라는 식으로 알려 B양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더해졌다.

그 사건 발생 후 1년여 흐른 2020년 7월 8일쯤 A씨는 B양을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B양이 촬영사건을 신고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며 신고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되레 협박한 혐의다.

A씨의 학창시절 사건은 그의 군복무 시절 법정에서 다뤄졌다. 군사법원에 공소가 제기된 것이다. 그 과정 중 A씨는 전역, 지난해 6월쯤 춘천지법 영월지원이 그 사건을 맡게 됐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뉴스1 DB)

지난해 9월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는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범행 자백, 범행 당시 피고인도 미성숙한 청소년이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복지시설 등에 각 3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처분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불복해 항소했다. 1심 재판이 끝난 뒤 B양이 합의해 자신의 처벌을 불원하는 점과 가정형편, 범행 무렵 미성년자였던 점 등을 내세우며, 원심의 형이 무겁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에 2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사건을 춘천지법 영월지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을 맡았던 영월지원 합의부(제1형사부)가 판단할 사건이 아니라고 봤다. 합의부 심판권(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닌, 영월지원의 단독재판부(형사1단독)가 다뤄야할 사안으로 판시했다.

이렇게 올해 재판을 다시 받게 된 A씨는 영월지원 형사 1단독 재판부로부터 기존 형량보다 가벼운 수준인 집행유예 등의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B양의 처벌 불원 의사로 A씨가 받았던 명예훼손, 협박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고, 범행 당시 A씨가 17세의 소년이었던 점, B양에게 6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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