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길이 사라졌다, 우리 동네 맞나"…원주도 홍수 비상 '탄식'
섬강 문막교 수위↑ 곳곳 침수…"깨끗했던 동네 토사·오물 범벅"
불어난 물, 쓰러진 나무에 차량 급정거…굴삭기 동원 복구 나서
- 신관호 기자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급정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매번 가던 길이 물에 잠겨 우회로를 찾고, 나무도 쓰러져 있고, 그동안 보던 우리 동네 풍경이 아니에요.”
9일 오전 강원 원주시 문막읍 문막교. 섬강이 흐르는 문막교 주변은 우산을 들고 인상을 찌푸린채 걱정 가득한 표정의 주민들로 가득했다.
이날 새벽부터 강원 영서 남부권 주요 도시들이 200㎜ 안팎의 기록적 폭우를 맞으면서 문막교 아래 섬강의 수위가 높아졌고, 결국 그 하천 둔치가 잠기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간이화장실이 물에 떠밀리는가 하면 파크골프장은 안내 표지판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리 아래 섬강의 수심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급기야 굴삭기가 동원, 인근 캠핑시설물인 카라반이 물을 가로질러 옮겨지기도 했다.
물에 잠긴 둔치를 본 주민 A씨는 “평소 다리 아래 있어야 할 차들이 왜 이렇게 상류에 모여 시끄럽나 했다”며 “둔치가 물에 잠겼네. 이 시간대면 어르신들이 둔치도 걷고, 관광객들이 물가 주변에서 쉬는 여유 있는 동네였는데, 여기가 우리가 알던 곳이 맞나 싶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B씨는 “강 주변 수심이 낮은 곳은 바닥이 보였는데, 화장실도 떠밀리고, 완전 커피색깔의 흙탕물이 됐다”며 “비 날씨가 지나가면, 쓰레기와 오물이 만만치 않겠다. 모기가 생길 여건이 될까 신경도 쓰이고 짜증이 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폭우로 불만을 터뜨린 건 문막읍 주민뿐만이 아니었다. 문막읍과 이어진 원주 지정면 기업도시를 자주 찾던 주민들도 비 피해에 따른 심경을 토로했다.
주민 C씨는 “어린이집부터 실내 놀이시설까지 자녀를 데리고 지정면을 자주 오가는데, 큰일 날 뻔했다”며 “그간 이용하던 도로 주변을 보니, 비가 고인 흙탕물이 아니라, 거의 도랑 수준이었다. 지름길을 포기하고 멀리 우회해야 했는데, 사고라도 날까 걱정돼 일정을 포기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무실동 인근의 주민 D씨도 “원주 곳곳에서 도로가 잠겼다는 소식도 들리고, 배수로 주변에 있던 쓰레기 섞인 오물이 신발을 덮치는 것 같았다”며 “약속도 취소해야겠다. 무슨 비가 이렇게 오나. 말하기도 불쾌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원주시청 인근에 있던 한 주민도 차를 세워놓고 인상을 구겼다. 시청 어린이집 근처 주차장 진입로에 쓰러진 나무를 보면서다.
주민 D씨는 “주차장을 나서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나무가 어떻게 이 정도로 쓰러져 있나”라며 “비 때문에 급정거한 게 오늘만 몇 번째인지, 차를 몰고 개울을 건너는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강원도 확인 결과, 이날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집계된 원주시의 누적강우량은 도내 18개 시‧군 중 횡성(269㎜), 평창(165㎜), 화천(152㎜), 철원(150㎜) 다음으로, 5번째로 많았다.
원주시의 한 관계자는 “도로와 여러 시설물이 침수되거나 일부 가정들이 고립되는 상황이 접수되기도 했다”면서 “굴삭기 등 복구 장비를 투입,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원강수 원주시장은 새벽시장이 열리는 원주천과 문막교 둔치, 일부 마을의 대피계획이 마련된 호저면 등을 찾아 집중호우 상황을 살피는 한편 재난 위험지역 순찰 강화와 읍면동별 피해상황 파악 등을 관련부서에 지시했다. 원 시장은 “이번 호우로 시민들이 큰 피해를 받지 않도록 꼼꼼히 현장을 살피겠다”며 “서둘러 피해지역을 복구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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