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왔다…25년째 이어진 사랑

10시 30분에 상자 개봉

전주 얼굴없는 천사가 20일 전주시 노송동에 놓고간 상자.(전주시 제공)/뉴스1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그렇다고 나이와 직업을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매년 연말 펼쳐온 선행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만 추정할 뿐이다. 이에 시민들은 그를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른다.

그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희망과 감동을 심어놓고 사라졌다. 벌써 25년째 이어진 사랑이다.

20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께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촌 한식뷔페 맞은편 탑차 아래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주세요”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달려간 직원들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이 들어있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올해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이 얼마인지는 아직 모른다. 전주시는 곧 금액을 확인할 예정이다.

얼굴없는 천사의 첫 선행은 지난 2000년 4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중노송 2동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이듬해 12월 26일에는 74만 원의 성금이 익명으로 전달됐고, 2002년엔 5월 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나 저금통이 건네졌다. 액수도 점점 커져갔다. 지난 2009년에는 무려 8000여만 원의 성금을 놓고 사라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시국에도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천사는 7009만 4960원의 성금을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고 적힌 메시지와 함께 총 8006만 3980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그가 24년간 25차례에 걸쳐 두고 간 성금은 총 9억 6479만 7670원에 달한다.

한편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우기도 했다. 주민들도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나눔행사를 펼치고 있다. 전주시는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