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게, 진술 번복해"…위증 교사·방조한 감정평가사와 변호사

재판부, 집유 선고…"위증 사회적 해악 크지만, 재판 결과 영향 없어"

ⓒ News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진술 번복의 대가로 금전을 주겠다며 증인에게 위증하게 시킨 감정평가사와 이를 방조한 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판사 김서영)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감정평가사 A 씨(57)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위증 방조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B 씨(53)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 씨는 지난 2020년 C 씨(49)에게 금전을 주는 대가로 허위 증언을 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C 씨의 변호사인 B 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 C 씨가 정읍 시기동의 자신의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C 씨는 "주택 개발사업을 하는데 땅 담보 대출이 잘 나올 수 있도록 평가를 부탁한다"며 A 씨에게 2900만원을 건넸다.

실제 C 씨는 A 씨의 부풀려진 감정평가서를 토대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다.

그러던 중 이 사건과 관련해 A 씨를 비롯해 C 씨, 금융기관 임직원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C 씨만이 구속됐다.

이같은 상황에 불만을 품은 C 씨는 A 씨에게 돈을 주는 대가로 부풀려진 감정평가서를 받아 대출받은 사실을 경찰에 제보했다.

이에 A 씨는 "재판에서 자신과 관련된 진술을 번복하면 그 대가로 9000만원을 주겠다"며 C 씨를 회유했다. 이들 사이의 연락은 C 씨의 변호사인 B 씨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약속했던 금액보다 적은 5200만원을 A 씨로부터 건네받은 C 씨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위증 범죄는 실체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하고, 국가의 적정한 사법권 행사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불필요한 사법 비용을 발생시키는 등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허위 증언을 교사하고 그 대가를 지급했고, 변호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때 직업윤리를 준수해야 함에도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채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면서도 "위증한 사건이 확정되기 전에 범행을 자백해 재판 결과에 영향이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위증 혐의로 기소된 C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