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우 때 배수구 막혀 비닐하우스 잠기면 지자체 책임"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폭우 때 배수구가 막혀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면 배수구를 관리하지 못한 지자체 책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주지법 민사5단독(부장판사 이창섭)은 4일 전북 임실군에 사는 농민 A씨가 전북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북도가 A씨에게 전체 폭우 피해액 8500여만원의 절반인 4200여만 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7일 전북 임실군에 쏟아진 폭우로 비닐하우스 4개 동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당시 임실에는 142.5㎜의 비가 쏟아졌다.

비닐하우스 침수로 A씨가 재배하던 천마와 영지버섯은 상품 가치가 훼손됐다.

이에 A씨는 "비닐하우스 인근 도로 배수구가 막혀 침수 피해를 봤으니 손해를 배상해 달라"며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전북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북도는 "불가항력 자연 재해로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또 "배수구 크기를 초과하는 돌멩이나 나뭇가지가 유입되면 배수구가 막힐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로 배수구가 완전히 막힌 게 이번 침수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일반적으로 배수구에는 토사나 오물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격자 형태의 방지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침수 피해를 본 A씨 비닐하우스 인근 배수구에는 아무 시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일일 강수량 2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우리나라 기후 여건상 이번에 내린 비가 불가항력적 자연 재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