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만큼 뒤처진다는 생각에 조급"… 명절도 잊은 수험생들
연휴 시작된 9일 전주 삼천도서관 열람실 가득
- 이지선 기자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나흘 간 이어지는 한가위 연휴가 시작된 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삼천도서관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추석을 앞둔 들뜬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도서관 문앞에는 '열람실은 추석 당일(10일)을 제외하고 정상운영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무선 이어폰을 낀 수험생들은 가방을 메고 묵묵히 도서관 안으로 향했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자 귀성 인파로 들썩이는 세상과는 단절된 듯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와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적막함을 이따금씩 채웠다.
중·고등학생이나 20~30대 젊은 수험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늦깎이 수험생들도 있었다.
3층 열람실의 105개 좌석을 빼곡하게 채운 수험생들은 연휴를 잊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화면으로 강의를 듣는 이들이 쥐고 있는 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수험생들은 연휴보다 다가올 시험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에서 눈치를 보는 것보다 나와서 공부라도 하는 게 속이 편하다고도 했다.
수능을 다시 준비 중인 이모씨(20)는 "더위가 가니 벌써 수능이 다가오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며 "시간은 흐르는 데 시험 준비는 덜된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급해져서 연휴라는 생각도 딱히 안든다"고 말했다.
공시생 김모씨(30)는 "추석이라고 해서 별 다를 것 없다"며 "쉬는만큼 뒤처진다는 생각에 아예 공부 스케줄도 추석이 없다고 생각하고 짜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집에 있어도 괜히 친척들 눈치를 보게된다"며 "나중에 합격하면 가족들과 더 행복하게 연휴를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열람실 밖 야외 테라스에서 통화를 마친 한 공인중개사 수험생은 "아침에 할머니 댁에 간 부모님에게서 밥 잘 챙겨먹으라고 전화가 왔다"며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잠깐 고생하는거라고 생각하면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돌아본 전주시 일대 스터디카페 역시 대부분 영업 중이었다. 스터디카페 안에 앉은 앳된 학생들부터 취업을 준비 중인듯한 젊은이들 모두 주어진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책을 펼친 이들의 마음 속에는 '합격'이라는 공통적인 간절함이 있는 듯 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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