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인구 늘어난 지역에 '빈집'도 늘었다…이유는?
대정읍·한경면 등…외지인 소유·집값 상승 영향
'1년 이상 방치' 빈집 5년새 34.4%↑…총 1159호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 일부 지역에서 최근 몇 년 새 인구가 늘었음에도 부동산 가치가 뛰면서 오히려 '빈집'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도내에 방치된 빈집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159호의 빈집을 파악했다고 19일 밝혔다.
도의 이번 조사는 지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5년 단위 실태조사다. 도내 빈집은 첫 조사 당시(862호)보다 34.4% 증가했다.
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에 위탁해 실시한 이번 조사는 전기·수도 사용량과 비어있거나 낡은 건물 현황을 사전 분석한 뒤 빈집으로 추정되는 3500호를 선별, 11개월간 현장 조사를 통해 실제 빈집 여부와 건물 상태 등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빈집 비율이 각각 68%와 32%였다. 또 농어촌지역(66%)에 도시지역(34%)보다 많은 빈집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제주시에선 한경면(9.5%), 한림읍(8.8%), 애월읍(8.0%) 순, 서귀포시에선 대정읍(5.2%), 성산읍(4.1%), 표선(4.0%) 순으로 빈집 비율이 높았다.
빈집 상태를 등급별로 살펴보면 안전조치나 수리를 마친 후 거주나 활용할 수 있는 2등급 빈집이 73%로 가장 많았다. 바로 사용 가능한 1등급 빈집은 10%, 철거해야 하는 3등급 빈집은 17%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빈집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은 이주 인구가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에서 빈집 비율이 가장 높은 한경면은 올해 인구가 사상 처음 1만명을 넘었고, 애월읍 역시 2014년 3만 명이었던 인구가 현재 3만 9000명대로 증가했다.
서귀포시에서도 빈집 비율이 높은 대정읍은 영어교육도시 등에 힘입어 올 11월 말 기준 인구가 2만 3943명을 기록, 관내 인구수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인구수 1위인 동홍동(2만 3978명)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제주도는 △실거주자가 아닌 외지인들의 주택 소유 비중이 높고, △토지 가격 상승으로 집을 팔기 힘들어진 점 등 때문에 이들 지역의 빈집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개 이상 주택 소유 비중이 높은 도의 특성과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는 분위기도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로 분석된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2025년 제주형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시·서귀포시 등 2개 행정시에선 매년 빈집 정비사업을 통해 위험도가 높은 3등급 빈집을 우선적으로 철거하고 있다.
kd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