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소방관이 될게"…순직한 동생 뜻 이어받은 형의 다짐
故 임성철 소방장 1주기 추도식…유족·동료 등 참석
임 소방장 친형 소방공무원 합격…고인과 약속 지켜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가 추도식을 앞두고 아들에게 연락을 했어요. 날씨가 나쁘면 가기가 힘드니 도와달라고.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아서 다행입니다."
화마와 싸우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하늘에서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준걸까.
1일 오전 지난해 화재현장에서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순직한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1주기 추도식이 열린 국립제주호국원의 하늘은 파랗고 맑았다.
임성철 소방장은 지난해 12월 1일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창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불이 난 창고 옆 주택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진압에 나섰다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고인은 사람을 살리는 소방관이 되겠다는 포부로 2019년 5월 경남 창원에서 소방에 입문했고, 2021년 10월부터는 고향 제주에서 도민 안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1년 뒤인 이날 추도식에는 임 소방장의 가족과 동료 소방관, 오영훈 도지사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헌화와 분향이 끝난 뒤 소방안전본부는 고인이 그려진 초상화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오영훈 지사는 추도사에서 "어떤 말로도 그 상실감을 모두 채워드릴 수 없겠지만 유족과 소방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임 소방장의 못다 이룬 소명은 이제 많은 동료에게 맡겨두고 영면하소서"라고 했다.
특히 이날 추도식에는 임 소방장의 친형이자 올해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임지혁씨(32)가 함께했다.
임씨는 지난해 4~6월 치러진 소방공무원 필기시험과 체력시험,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임씨는 내년 2월까지 제주에서 소방교육을 받은 뒤 3월부터는 정식 소방관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추도식에는 임씨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소방관들도 참여했다.
임씨는 "함께 소방관이 돼 생명을 살리는 뜻깊은 일을 하자"는 고인과의 약속을 지켰다.
임씨는 "부끄럽지 않은 형이 돼서 주변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멋진 소방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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