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서 무면허 사고 내고 숲으로 도주한 40대…징역 5년 구형
사건발생 14시간 만에 13㎞ 떨어진 곳에서 주민신고로 검거
"노래방서 맥주" 진술에도 수치 '0%' 음주운전 혐의 미적용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검찰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 승용차와 버스를 들이받고 한라산 숲으로 도주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다만 검찰은 피의자가 운전 전 음주사실을 시인했지만, 음주수치가 검출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여경은 부장판사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에 대한 첫 공판 및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A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A 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6시35분쯤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부근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모닝과 SM6을 잇따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뒤따르던 아이오닉 차량이 사고 충격으로 뒤로 밀린 SM6 차량을 추돌하는 2차 사고도 발생했다.
A 씨는 앞 범퍼가 파손된 채 차를 몰고 도주하다 12명이 탑승한 버스를 정면충돌하는 사고도 냈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 등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A 씨는 어수선한 틈을 타 차에서 내려 한라산국립공원 내 숲으로 도주했다. 도주 당시 A 씨는 사고로 갈비뼈 부러진 상태였다.
그리고 다음 날 사고 목격자가 출근길에 한라생태숲 인근 갓길을 걷는 A 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고 발생 약 14시간 만인 11일 오전 8시 20분쯤 긴급 체포됐다. 사고 발생 장소와는 13㎞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신고자는 사고 직후 A 씨가 차량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고 풀숲에 앉아있던 모습을 봤고,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피해정도와 사고 후 도주한 경위 등을 봤을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무면허인 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해야 했고, 출감하면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도 회복시켜 주기로 다짐하고 있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A 씨는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출감하면 3년 안에 피해를 회복시켜주겠다"고 "기회를 주시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A 씨가 사고를 내기 전 음주 사실을 인정했지만.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A 씨는 제주시내 모 음식점에서 반주를 했고 이후 노래방에서 맥주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해당 식당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A 씨가 여러 차례 술을 마신 영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끝내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A 씨를 긴급체포한 직후 음주 측정을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나왔다. 경찰은 곧장 채혈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이 역시도 음주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이번 경우에 적용하지 못했다.
한편 제주지방법원은 오는 9월 12일 A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갖는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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