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심 인근서 맹견 '핏불 테리어' 30여 마리 사육장 발견

동물단체 "러닝머신 발견…불법 투견 사육장 의심돼"
견주 측 "취미 목적"…환경 개선 이행계획서 제출 방침

뜬장에서 사육 중인 핏불테리어. 2024.6.25/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도심 인근에서 수년간 5대 맹견 중 하나인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사육장이 운영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불법 투견 사육장을 의심하고 있지만, 견주 측은 취미 목적이라고 맞서 행정이 조사에 나섰다.

25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한 공터에 들어서자 곳곳에 묶여 있는 개 30여 마리가 동시에 짖어대기 시작했다.

비교적 넓은 사육장에 있는 개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바닥에 배설물이 가득한 채 녹슨 뜬장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또 우리가 아닌 쇠목줄에만 묶인 채 야외에 나와 있는 개들도 있어 안전사고까지 우려됐다.

이곳에서 사육 중인 개는 총 34마리로, 대부분 5대 맹견에 속하는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성견으로 확인됐다. 또 현장에서 배설물이 가득한 케이지에 갇혀 있던 고양이 1마리도 발견돼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현장에서 만난 견주 측 설명에 따르면 개들의 소유주는 총 3명으로, 약 2~3년 전부터 이 공터를 임대해 개들을 사육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등록과 사육장 허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에서 수십 마리 맹견을 한곳에서 사육하는 일도 이례적이지만, 그간 신고도 없어 수년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육장에서 발견된 러닝머신. 2024.6.25/뉴스1

시청에 민원을 접수한 동물단체는 사육장에서 투견 훈련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각링과 러닝머신이 발견됐다며 투견 목적 사육을 의심하고 있다.

해당 동물단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투견용 개들을 러닝머신에 묶어 강제로 달리게 하는데 여기서 러닝머신 여러 대가 발견됐다"며 "투견 훈련용으로 사용되는 사각링까지 있어 투견 사육장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견주 측은 취미 목적 사육이라고 해명했다. 견주는 "핏불테리어라는 견종이 좋아 여기저기서 분양받은 것"이라며 "러닝머신은 사용하지 않아 거미줄까지 쳐졌다"고 말했다.

현장 점검에 나선 행정은 26일 견주 3명에게 사육환경 개선을 약속하는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을 방침이다. 이행계획서에는 뜬장·러닝머신·사각링 철거 내용도 담겼다.

시청은 추후 조사에서 투견 목적 사육이나 동물 학대 정황 등이 발견되면 경찰에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시청 관계자는 "투견 목적이나 학대 정황 등은 경찰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까지 명확한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추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형사 고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맹견사육허가제가 시행돼 맹견 소유자는 오는 10월26일까지 동물 등록·책임보험 가입·중성화 수술 뒤 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바일러 등 5종이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