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식당 화장실·길거리서 '200여명 불법촬영' 고교생 재판행
교내 구성원 트라우마 극심…피해교사들, 제자에 상담 독려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한 고등학교 여자화장실과 식당, 길거리 등에서 200여 명을 불법촬영한 1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검은 최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군을 구속기소한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A군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이 재학 중이던 제주시 모 고등학교 여자화장실과 도내 한 식당 화장실, 길거리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촬영 피해자만 교사와 학생, 관광객 등 200여 명으로 확인됐다.
A군 범행은 지난 10월18일 학교 체육관 여자화장실 바닥에 있던 갑 티슈 안에서 촬영 기능이 켜져 있는 휴대전화가 발견되며 덜미를 잡혔다. 이를 발견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A군은 사건이 커지자 이튿날 자수했다. A군은 지난달 퇴학 처리됐다.
경찰은 A군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학교 밖에서 벌어진 추가 불법촬영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5일 A군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범행이 벌어진 해당 고교 구성원들은 집단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는 “이 사건은 ‘사춘기 청소년의 단순한 성적 호기심’ 정도로 치부해 사안을 축소·은폐시켜 온 학교 사회의 오랜 관행이 낳은 비극적 참사"라며 “관리자와 교육 당국, 수사기관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이 2차피해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고 후 2달여 만에야 교육청 차원의 전문가 협의회가 개최됐고, 유포 가능성 등에 대해 관리자와 교육 당국, 수사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며 “관리자 중징계, 피해 교사 상담치료비, 변호사 선임 비용 전액 지원 등 책임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학교 구성원 250여 명이 가입한 피해회복대책위원회 SNS에는 불법촬영 피해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나서 제자들에게 상담을 독려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사건 최초 신고자이자 피해자인 B교사는 지난 22일 글을 올려 "저는 발견도 했지만, 피해자이기도 하다. 처음엔 두렵고 무서웠지만 상담을 통해 조금은 치유될 수 있었다"며 "상담을 받아보고 싶지만 자신이 없는 학생은 선생님이 동행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4일에는 A군 담임교사가 같은 SNS에 "이 범죄로 극도의 불안을 겪는 20대 성인인 저는 아버지를 소리 지르며 부르고 도와달라 울면서 안았다"며 "그러니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도 충분히 도와달라, 아프다, 힘들다 이야기해도 된다"고 제자들을 보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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