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입원에 11시간 발 묶인 경찰들…"치안 공백 우려"

묻지마 범죄에 응급입원 조치 크게 늘어…공공병상 4개뿐
입원까지 평균 4시간 이상 소요…"병상 확보 시급"

제주대학교병원 전경.(제주대학교병원 제공)ⓒ 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면서 제주에서도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조치가 크게 늘었지만, 공공병상이 4개에 불과해 이송에 나선 경찰관들이 11시간 동안 병원에 발이 묶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이 환자를 입원시키고, 복귀하는 데까지 평균 4시간 이상이 소요되면서 치안 공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12일 제주도와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신질환자에 의한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인원을 강화해 도내 응급입원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났다.

응급입원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경찰관과 의사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 기관에 3일 동안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도내에서는 지난 8월까지 총 264건의 응급입원 조치가 이뤄져 2021년 96건, 지난해 144건을 이미 크게 뛰어넘었다.

특히 서현역 흉기난동, 신림동 둘레길 살인 등 묻지마 범죄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된 지난 8월 한 달에만 40건의 응급입원이 이뤄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0% 급증했다.

문제는 응급입원이 가능한 공공병상이 도내에 단 4개에 그친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대학교병원과 연강병원이 각각 2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연강병원의 경우 주간에만 입원이 가능하고, 외상치료가 불가능해 사실상 제주대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며 입원조치를 마치는 데까지만 평균 4시간이 걸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기준 총 264건의 응급입원 사례 중 216건(82%)은 병원 대기 시간이 1시간을 넘었다.

현장 경찰관 사이에서는 정신질환자 신고와 입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공병상이 더 확보되지 않는다면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월에는 베란다에서 떨어지려는 정신질환자를 제주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공공병상이 꽉 차 일반병실에서 경찰관 2명이 11시간 동안 환자를 보호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달 자해 환자가 입원할 병상이 날 때까지 경찰관들이 병원에서 11시간 넘게 대기하는 일이 또 반복됐다.

제주경찰청 전경(제주경찰청 제공) ⓒ News1

경찰 관계자는 "공공병상이 만실일 경우 다른 환자가 있는 일반병실에 잠시 입원하는데 난동을 부리거나 자해할 위험이 있어 경찰관이 옆에서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병상 부족으로 경찰이 출동 후 복귀하는 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며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공공병상 확충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서귀포 지역에는 공공병상은 물론 정신질환자를 돌볼 의료기관이 1곳도 없어 응급입원이 필요할 시 경찰관이 제주시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번 왕복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정신질환, 자살기도자가 퇴원한 후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응급입원을 반복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올해 기물을 파손하고 가족을 협박한 환자에 대해 6번에 걸쳐 응급입원 조치했다.

제주도는 병상 증축 중인 서귀포의료원에 공공병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정신질환자 위험행동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정신건강 위기대응 협의체’를 구성하고, 응급후송 협조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공병상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도내 다른 종합병원 등에 아예 병상이 없어 녹록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응급입원이 많이 늘고 있는 만큼 서귀포의료원 등에 병상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