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샤워기 물 맞으며 버텼다…여대생 '기적의 생존'

강원도 권역 간호학과 대학생 A 씨, 배운 지식 활용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화재진압을 마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로 오후 10시40분 기준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2024.8.22/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가 시작됐던 객실과 같은 층 다른 호실에 투숙한 여대생이 대학 실습으로 배운 지식을 활용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구했다.

전날 오후 화재가 발생한 부천 호텔에 투숙한 20대 여성 A 씨의 어머니는 "불이 났을 때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대고 있었다"며 "딸이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알고 이같이 행동한 걸로 보인다"고 23일 말했다.

A 씨는 강원도 권역 대학의 간호학과 학생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객실 내 화재경보기가 울려 급히 대피하려 했지만, 객실 출입문을 열었을 때 이미 복도가 회색 연기로 자욱해 화장실로 대피했다고 한다.

A 씨는 "수건으로 입을 막고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맞으면서 소방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나가려고 했지만, 소방대원이 다른 객실로 옮겨간 상황이라 다시 돌아와 물을 맞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 씨 어머니는 "소방에 전화를 걸어 아직 아이가 있으니 다시 객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했고, 결국 우리 딸아이가 구조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A 씨는 해당 모텔 7층(806호)에 머물고 있었다. 806호는 최초 불이 시작된 객실로 추정되는 810호와 인접한 호실이다. A 씨가 묵었던 객실에는 화재경보기 외 다른 소방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객실 내 경보기 외에 소방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간이 대피장치인 '완강기'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호텔은 2004년 10월 건물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허가 당시 스프링클러는 소방법상 의무 설치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에 모든 객실 내 설치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요인으로 불이 커지자 A 씨는 결국 연기를 다량 들이마셨고, 의식 저하를 보여 출동한 소방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A 씨 어머니는 "우리 딸아이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배웠던 덕분이다"라며 "많은 분이 이런 정보를 알고,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7시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한국인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사망자 중 40대 여성과 30대 남성 등 2명은 소방이 구조를 위해 건물 밖에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내리는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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