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풀다가 "타는 냄새 난다"…810호서 극적으로 방 옮긴 투숙객
부천 모텔 화재 나기 전 직원들에 알려…오늘 오전 11시 합동감식
- 이시명 기자
(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경기 부천의 한 대형 모텔에서 발생한 화재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이 합동감식에 나선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등 관계기관과 함께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소방은 불이난 지상 9층짜리 모텔 중 7층의 한 객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모텔 '810호'엔 당시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불이 커지기 전 한 투숙객이 810호에 짐을 풀었다가 '방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고 모텔 관계자에게 얘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화재가 일어나기 전에 한 투숙객이 타는 냄새가 난다며 방을 교체했다"며 "정확한 시간은 아직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이 객실 내 어디에서, 어떻게 났는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텔 관계자에게 최초로 연기가 난다는 제보를 한 투숙객은 이번 화재현장을 벗어나 생명에 위협이 될만한 정도의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불이 난 모텔 건물 총 64개의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불길이 확산되기 전에 진압을 하거나 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당 모텔은 2003년에 준공됐는데, 당시에는 관련 법상 스프링클러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터다.
이와 관련 이날 투입되는 합동감식팀은 최초 발화 장소로 지목됐던 810호 객실 내부 조사를 통해 원인 조사에 나서는 한편,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지 정밀 수색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추가 인명피해 확인을 위한 수색작업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며 "현재는 소방과 경찰에 더해 국과수, 한전도 함께 참가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7시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 지상 9층짜리 대형 모텔 8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9분 뒤만에 인접한 소방서 5~6곳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소방 경보령을 발령하는 등 대응에 나선 뒤 약 3시간 뒤인 오후 10시26분 불을 모두 껐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20대 남성 1명·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망자 중 남녀 2명의 경우 화재 발생 뒤 투숙객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이 건물 밖에 설치해놓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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