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서남북' 방위식 지명 모두 없앤다…정체성 살리기 나서

인천시청 전경.(인천시 제공)
인천시청 전경.(인천시 제공)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인천시가 행정 편의적인 방위(方位)식 행정지명을 모두 없애고 정체성 살리기에 나선다.

인천시는 서구와 협의해 오는 2026년 7월 행정 체제개편과 함께 서구의 방위식 명칭을 지역 특성에 맞는 이름으로 변경한다고 24일 밝혔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명칭 변경은 법률로 제정해야 가능하다. 또한 시민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만큼 주민 여론조사와 명칭 공모도 거쳐야 한다. 인천시는 먼저 서구가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명칭 변경을 시에 건의하면 행정안전부에 법률 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인천시 2군·8구 중 현재 방위식 행정지명을 쓰고 있는 지자체는 중구, 동구, 서구 3개 구다. 이중 중구와 동구는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2026년 7월부터 제물포구와 영종구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서구만 명칭을 변경하면 인천시 모든 지자체는 방위식 행정지명을 쓰지 않게 된다.

인천시에선 앞선 2018년 남구가 구(區)제 실시 이후 50년 동안 사용한 방위식 명칭을 버리고 미추홀구로 바꿨다. 이 명칭 변경은 기존의 방위식 지명을 주민 의견을 반영해 변경한 첫 사례다.

남동구의 경우 동녘 동(東)이 아닌 고을 동(洞)을 사용하고 있어 방위식 명칭이 아니다.

행정 편의적인 방위식 행정구역 명칭은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제 행정의 잔재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는 식민지통치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정구역의 대폭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위치를 사용해 지명을 변경하면서 한국 고유의 자치성과 공동체성을 파괴했다.

그러나 7개 특·광역시의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경찰서, 교육청이 여전히 방위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정복 시장은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 자치단체의 명칭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가치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해 차별화할 서구의 새 브랜드는 인천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과 기업, 투자유치를 통한 인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nam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