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연두방문에 기초단체 '의전 경쟁' 과열…직원들 원성

한 간부급 공무원 "시장 오는데 아무도 없는 건 예의가 아니어서…"
시 관계자 "자유로운 분위기가 시의 생각…강요한 적 있는지 파악""

지난 25일 인천시 중구문화회관에서 열린 중구 연두방문 행사에 유정복 시장이 참여하고 있다.(중구 제공)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유정복 인천시장이 시민소통을 위해 10개 군·구 연두방문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기초단체 간 의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각 군·구는 현안 해결과 예산 확보를 위해 연두방문 퍼포먼스에 힘을 쏟고 있으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나온다.

역대 시장들은 매년 설 명절 전이면 각 기초단체를 돌며 주민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거나 현장을 방문하는 형식의 연두방문을 해왔다. 유 시장은 지난 15일부터 2월 5일까지 미추홀구, 옹진군, 동구, 부평구, 계양구, 중구, 서구, 연수구, 강화군, 남동구 순으로 연두방문을 하고 있다. 현재 중구까지 연두방문을 마쳤다.

26일 중구에 따르면 전날 유 시장 연두방문을 위해 시·구의원, 관계 공무원, 지역 단체, 주민 등 총 800여명을 동원했고 청룡의 해를 맞이하는 용춤 공연을 비롯한 엠지(MZ) 공무원들의 손 카드 퍼포먼스 등을 준비했다.

연두방문 행사를 기획한 담당과는 메일을 통해 "가급적 패딩, 점퍼 같은 외투는 피해주고 단정한 복장을 부탁한다"고 직원들에게 권고했다. 이어 "당일 강추위가 예상돼 아시다시피 실내라 하더라도 복도는 상당히 추워서 '핫팩'은 배부해 드릴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구의 날씨는 -2.7도로 체감온도는 -4.7도였다. 특히 행사가 진행된 중구문화회관은 건물이 노후해 더욱 추웠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이날 시장 방문 일정에 옷을 맞춰 입은 직원들은 복도에서 대기를 하다 박수를 쳤다. 또 손 카드 퍼포먼스를 진행한 공무원들은 외투를 벗고 흰색 티셔츠로 맞춰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A씨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직원들 사이 원성이 자자했다"며 "워낙 보수적인 조직 문화인 데다 상급자가 하라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 B씨는 "'연두방문이면 이렇게 해야 해'라는 문화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 공무원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 이에 맞춰 연두방문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다른 기초단체도 비슷하다. 지난 15일 시장 연두방문을 진행한 미추홀구는 각 동의 통장들에게 인원 수를 배당하며 인력 동원을 요구했다. 배당 기준은 동 인구수에 비례했는데, 5~45명씩 400명을 동원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미추홀구의원 C씨는 "다들 쉬쉬했지만 갑자기 주민들을 어디서 모아와야 하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며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나 통장들이 나서서 인원을 채웠지만, 추운 날씨에 나오고 싶지 않아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했다.

행사를 담당해야 하는 상위 공무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장급 공무원 D씨는 "시장이 오는데 아무도 없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직원들에게 몇가지 당부를 했던 것"이라며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두방문 행사에 대해서 불만이 나오지 않았는데 요즘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구가 추진하는 주요 현안이나 교부금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피력해야 하는데, 모든 자치구 상황이 마찬가지다"며 "다른 자치구가 음악회를 하면 더욱 색다른 퍼포먼스, 다른 자치구가 인원을 많이 동원하면 그 수보다 많이라고 하는 경쟁이 있어서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연두방문은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시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직원들을 상대로 강요한 적이 있는지 등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