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비상계엄' 선포…분노·불안에 밤잠 설친 시민들(종합)
광주시민들 "1980년 5월 떠올라"…TK서도 "이해할 수 없다"
- 양희문 기자, 강승남 기자, 남승렬 기자, 이승현 기자, 김세은 기자, 장수인 기자
(전국=뉴스1) 양희문 강승남 남승렬 이승현 김세은 장수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선포했던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철회됐다. 그러나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충격에 빠져 밤잠을 설친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칼에 무참히 짓밟힌 역사가 있는 광주시민들은 분노했고,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광주시민들은 3일 오후 '비상계엄령' 선포 뒤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이 방송 등을 중계되자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리며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 윤모 씨(35·여)는 "광주는 1980년 5월 비상계엄령으로 아픈 기억이 있는 도시로 가족과 밤 내내 충격과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다.
김지연 씨(30·여)는 "국회 앞에 헬기와 함께 장갑차까지 등장했다"며 "실시간으로 보며 공포스러운 마음에 휴대전화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며 전했다.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는 박모 씨(55)는 "TV 화면을 통해 계엄군을 다시 본다는 것 자체가 심장이 뛸 정도의 충격이었다. 제2의 5·18이 일어나는 게 아닌지 초조했다"며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의 핵심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TK에서도 "도대체 이 정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대구 도심에서 지인들과 모임 중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박모 씨(41·여)는 "뉴스 속보를 보고 꿈인가 싶었다"며 "비상계엄을 경험한 적이 없어 내일부터 일상의 삶이 크게 바뀌는 것 아닌지 너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군대를 전역한 자녀를 뒀다는 50대 자영업자 김모 씨는 "며칠 전 전역했는데 군에서 아들에게 '비상대기하라'는 연락을 보냈다"며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보수정당 지지자'라고 밝힌 대구 지자체 공무원 A 씨(40대)는 "전시나 심각한 국가적 재난 등 상황도 아닌데 계엄을 선포한 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비상소집이 내려지는 게 아닌지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이번 비상계엄은 4일 오전 국회의원 190명의 해제 결의안 의결과 윤 대통령의 수용으로 약 6시간 만에 끝이 났다. 그러나 밤사이 일어난 일에 대해 시민들은 '국회의원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끔찍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를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하며 윤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윤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예고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날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반민주·반헌법적인 대통령에 의해 군과 경찰이 사적으로 동원되는 군사 반란을 직접 목격했다"며 "이번 불법 계엄 선포는 반헌법적이며 반민주적이며 반역사적인 폭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25분쯤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어 오후 11시엔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가 발표돼 전국이 계엄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회는 이날 오전 1시쯤 본회의를 얼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27분쯤 담화에서 계엄을 해제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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