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344개 시험장서 일제히 시작…15만3600명 응시(종합)
수험생·재학생·부모 모두 한바음 “수능대박” 응원
‘수험표 빼먹고 경찰 앞 불법 유턴’ 등 교통혼잡 빚기도
- 이윤희 기자, 김평석 기자, 유재규 기자, 양희문 기자, 김기현 기자
(경기=뉴스1) 이윤희 김평석 유재규 양희문 김기현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4일 오전 8시 40분부터 경기지역 19개 시험지구 344개교(5946실)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 앞 대규모 응원전 등은 없었다.
임태희 교육감도 도내 수능 시험장을 찾아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수능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
제41지구 제3시험장인 용인특례시 처인구 용신중학교 정문 앞.
수험생들이 차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학부모와 재학생들은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함성을 전했다.
처인고 1학년 이채련·최한결 학생과 임수진 학부모회장 등 학부모들은 '처인고등학교 수능 대박 파이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처인고"를 외쳤다. 또 준비한 간식과 핫팩을 전하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한 수험생은 정문을 통과했다 다시 나와 "처인고 학생"이라며 핫팩과 간식을 받아 가기도 했다.
수험생이 차에 도시락을 놓고 간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시험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려던 학부모가 현장에서 교통을 통제하던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경찰에 상황을 설명하고 정문에 차를 세운 뒤 전화로 수험생을 불러 내 무사히 도시락을 전달했다.
임수진 학부모회장은 "지난해 딸이 수능을 봐서 마음은 좀 가벼운 편이다. 모든 수험생이 준비한 만큼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제30지구 제15시험장 태장고등학교 앞 도로에는 급하게 달려오던 검은색 K7이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수험생 학부모가 몰던 차량이었다. 학부모는 이내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다급하게 학교 앞에 서 있던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딸이 수험표를 두고 내렸는데, 이것 좀 제 딸에게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경찰관은 수험표를 건네받은 후 동료에게 "잠깐 안에 들어갔다 오겠다"며 학교로 향했다.
때마침 한 여학생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정문을 향해 뛰어나왔다. 경찰관은 "본인 수험표냐"고 물었고, 여학생은 그제야 안도하며 수험표를 챙겨 재입실했다.
한 수험생 학부모가 운행하는 흰색 제네시스 G80이 학교 안으로 진입하려다 교통 정리를 하던 모범운전자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그러자 수험생은 급하게 차량에서 내려 정상적으로 입실했다. 그런데 G80이 갑자기 불법 유턴을 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반대편 차도에서 차량 정체도 빚어졌다.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 10분이 가까워지자 수험생들은 행여 늦을세라 허겁지겁 발길을 재촉했다.
일부 수험생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가족으로부터 애정 어린 격려를 잊지 않고 받았다. 입실 전 어머니와 한참을 포옹하던 한 수험생은 울먹이며 "잘 보고 올게"라고 약속했다.
30지구 제 8시험장인 수원칠보고도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을 위해 응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다소 포근한 날씨 덕분인지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다소 가벼워 보였다. 수험장 일대 분위기는 차분한 가운데 입시장으로 속속 들어서는 수험생 대부분은 슬리퍼를 신었고 반바지, 면 소재 운동복 등이 주였다.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수험장 약 200m 주변으로 교통이 통제돼 수험장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수험생 곁에는 가족, 친구 등이 동행했다.
황모 군(19)은 "떨지 말고 잘 치르고 나와. 다른 곳에서 너 기다리다 우리(친구무리)가 끝나자마자 마중 나갈게"라고 수험장에 들어가는 친구의 어깨를 손으로 살며시 툭 치며 응원했다.
수험장 다다라서 도시락을 건네며 입시장으로 아들을 들여보낸 한 모친은 "소화가 잘되는 위주로 된장국, 계란말이, 흑미 잡곡밥, 장조림 등으로 준비했다"며 "간을 평소보다 심심하게 맞췄는데 아무 탈 없이 수능을 잘 치렀으면 한다"고 전했다.
제37지구 11시험장인 남양주시 호평고등학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몰리며 큰 혼잡이 빚어졌다.
교통 경찰관은 "여기에 정차하면 안 된다"고 외치며 분주하게 손을 흔들었고, 이에 맞춰 차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차에서 내린 수험생들의 얼굴은 긴장감이 역력했고, 시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무거워 보였다.
한 부모는 떨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네 편"이라며 아이를 꼭 안아줬다.
한숨을 푹 내쉬던 한 학생은 긴장감에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학교 주변을 한참 서성이다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던 부모들도 아이들이 눈앞에 사라졌음에도 발길을 쉽게 떼지 못했고, 한 어머니는 정문 앞에서 두 손을 모아 한참을 기도했다.
고3 아들을 둔 이연정 씨(51·여)는 "아들이 긴장하지 말고 지금까지 공부한 만큼 했으면 한다"며 "워낙 고생한 걸 알기 때문에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수험생의 부모는 "아이가 어제 수술을 받았다. 차를 끌고 위까지 올라가도 되느냐"고 학교 관계자에게 요청했다. 실제 이 학생의 배엔 피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임태희 교육감도 도교육청 북부청사 상황실을 찾아 수능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
이날 경기도에선 344개교(5946실) 시험장에서 15만3600명이 시험을 치른다. 이는 지난해보다 7478명 증가한 수준이다.
l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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