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이상권 작가 논픽션 ‘소년의 식물기’ 출간

자연에서 배운 삶, 열여섯 편의 아름다운 공생 이야기 담아

이상권 작가의 신작 논픽션 ‘소년의 식물기’ 표지.(작가측 제공)

(용인=뉴스1) 김평석 기자 = “자연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아홉 살 소년은 어느 날 커다란 암소 한 마리를 책임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소가 좋아할 만한 풀들을 찾아다니며 숲에서 뒹굴었다. 우연히 파브르의 어린 시절을 그린 만화를 보고는 과학자가 되리라 포부를 다지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한순간에 깨닫고 마는데….”

풀꽃과 동물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아 온 작가 이상권이 신작 논픽션 ‘소년의 식물기’를 펴냈다.

1994년 ‘창작과 비평’에 소설을 발표한 후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필력을 자랑한 작가는 그동안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등의 동화 뿐 아니라 ‘시간 전달자’로 대표되는 청소년 소설, ‘애벌레를 사랑한 애벌레’·‘들꽃의 살아가는 힘을 믿는다’같은 생태 논픽션을 출간했다. 그중 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현재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소년의 식물기’는 모두 1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글과 함께 작가가 직접 그린 식물 그림 40컷과 그의 딸 이단후의 그림 136컷 등이 수록돼 자연과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동화적 감성까지 두루 선사한다.

작가는 이 책에 식물이란 자급자족하는 유일한 생명, 그러니까 가장 완벽한 존재라는 사실임을 깨달은 계기가 되는 사건과 이야기를 엄선해 담았다.

또 ‘머리 아홉 달린 괴물’같은 옛 이야기 뿐 아니라 작가가 어릴 때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마치 동화처럼 ‘소년’의 이야기로 그려냈다.

작가는 영원한 목숨을 가진 ‘히드라’의 삶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는 파브르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된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동물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되살리고 싶었던 여덟 살 아이로 돌아가 유한한 인간 생명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꼬리가 잘려도 다시 자라는 도마뱀과 달리, 손가락이 잘려도 다시 자라지 않는 동네 형의 기억 역시 어린 소년의 가슴에 깊이 박혀 있다.

이러한 소년의 체험들은 어린 눈의 탄생부터 땅속에 단단한 터전을 일구는 뿌리, 나무의 몸으로서 중심을 잡는 줄기, 영양분을 비축하는 열매, 식물의 구조 및 변화 등의 과학적 원리와 함께 어우러져 소년의 기쁨과 고통, 설렘과 모험 같은 성장의 기록을 독자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책은 완벽한 존재란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착취하는 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타자를 존중하고 같이 살아가는 철학적인 힘을 가진 생명임을 일깨운다.

평생을 한곳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처럼 뿌리를 튼실하게 하며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 다른 존재와 어울려 사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스쳐 지나가는 풀잎 한 자락에도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결국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영원을 배울 수 있으리라 가르쳐준다.

권오길 강원대 생명공학과 명예 교수는 추천사에서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 주변의 식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잊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소년의 바람이 책 읽는 이의 마음에 스며든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결코 쓰지 못할 한 편의 아름다운 식물기”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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