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약한데 "심정지 아니다" 거부…아주대병원 응급실 혼란

초중증만 수용에…환자도 구급대원도 '발동동'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소아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2024.9.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희미하게나마 자가 호흡 중인 환자인데 심정지 환자가 아니라 거부당했습니다."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 아주대병원에서 마주친 사설 구급차 구급대원은 후송해 온 환자를 지근거리에 둔 응급실로 이송하지 못하고 있었다.

응급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사설 구급대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어디로 가면 되나요"라며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이 사설 구급대원이 후송한 A 씨(87)는 구급차 안에서 산소공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자가 호흡을 할 순 있지만 혈중 산소농도가 심하게 떨어져 산소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게 구급대원의 설명이다.

이 대원은 "산소공급 마스크에 겨우 의지할 수 있는데, 초중증(심정지) 환자가 아니라며 병원 측 관계자가 제지해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구체적인 환자 상태 등은 진단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 그러나 병원 측 관계자가 돌려 내보내 알 수 없다"며 약 12분 뒤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이보다 앞서 이곳 응급실에 도착한 구급차량 2~3대도 환자를 내려주지 못한 채 돌아가기 일쑤였다. 응급실까지 걸어서 온 환자들도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해놓고 아파야 하나" "이래나 저래나 지금 아프면 안 되는 거야"는 등 볼멘소리를 냈다.

사설 구급대원뿐만 아니라 119구급대원도 응급실 진료 제한에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119에 신고했을 때 출동하는 구급대원은 후송 환자 상태를 고려해 병원을 선정한 뒤 해당 병원에 연락을 취하면 병원 측에서 수용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으로 촉발된 '의정(醫政) 갈등' 속에 전공의 이탈이 심화한 요즘은 지역 의료기관은 물론, 타 지자체에 위치한 응급실도 선점하기가 어려워졌다.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해 축소 운영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소방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응급환자 이송 건수가 요새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20~30분당 1건을 기록했던 과거와 달리 요새는 병원 측의 환자 수용 불허로 1~2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되기 때문"이라며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이나 환자 가족들 모두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목요일 응급실 축소 운영)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고 전했다.

아주대병원은 이날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금요일 오전 7시엔 16세 이상 환자의 경우 심정지 환자만 받는다고 밝혔다. 이 병원 응급실엔 당초 14명의 전문의가 있었으나, 3명이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돼 현재는 11명이 근무 중이다.

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