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이야"…서울시청 역주행 운전자, 사고직후 회사 동료와 통화

안산지역 소재 버스기사 운전자, 사고 후 15분 간 동료 전화
가해자·부인도 '급발진' 연신 주장…경찰 "혐의 달라지지 않아"

지난 밤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서 한 학생이 추모글귀를 붙이고 있다.2024.7.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안산=뉴스1) 유재규 기자 =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사고 직후,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번 사고의 가해자 A 씨(68)가 종사자로 있는 경기 안산지역 소재 한 버스운수업체 관계자는 뉴스1 취재진과 나눈 통화에서 "현재까지 (언론 등) 알려진 내용으로 사고 직후, 다른 직원과 통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운수업체 관계자가 말한 다른 직원은 버스노선의 팀장 B 씨로, A 씨가 사고 이후에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나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관계자는 "A 씨는 전날(2일) 오전 근무자로 배치돼 있는데 지난 1일 저녁에 사고가 나서 아무래도 이튿날 출근을 못 할 것 같다는 연락을 B 씨에게 취한 것 같다"며 "사정을 얘기하면서 '급발진' 언급도 A 씨가 했다고 B 씨가 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발생했는데 A 씨가 B 씨와 나눈 통화는 오후 9시 45분께로 사고가 일어난 지 15분 뒤로 파악됐다.

당시 A 씨는 "이거 급발진이야" "차량에서 이상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차가 튀어 나가기 시작해 빨라졌다"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는데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아유 죽겠다" 등 B 씨에게 사고 직후 상황을 전한 것으로 알렸다.

A 씨는 현재 몸담은 버스운수업체에 약 1년 4개월 동안 촉탁직으로 근무 중이며 내년 초까지 근로자 계약이 된 상태다.

그는 촉탁직으로 있기 전, 서울의 한 버스운수업체에서 운전기사로 7년을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기사로 재직하면서 사고 이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당시, 차량 조수석에 탑승했던 A 씨의 부인도 이날 이뤄진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사고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급발진 사고라도 A 씨에게 적용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고 선을 그었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급발진 주장은) 운전자가 자기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건데 급발진을 주장한다면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위해 A 씨의 사고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EDR 분석은 통상 1~2개월 소요된다.

한편 A 씨에 대한 버스운수업체 측의 조치에 대해 "근무시간에 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니어서 회사 측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이미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에 면허가 취소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서울 중구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시청역 방면으로 자신의 제네시스를 역주행, 서울시청역 일대 있던 보행자 14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거 당시, A 씨는 마약 투약 또는 음주 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