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투자 계약위반' 서준혁 대명소노 회장, 5000억원 손배소 당해

뉴저지 법원, 서준혁 8월21일까지 최소 2번 이상 '법정 외 증인신문' 명령
대명소노측 "적법한 절차 내에서 진행 중"

2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창단식. 오른쪽에서 5번째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2023.9.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국제=뉴스1) 배수아 기자 = 미국 럭셔리 스파사업을 철회하면서 합작투자 계약 위반으로 5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대명소노그룹이 법원의 재판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관할 법원은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에게 '법정 외 증인신문(Deposition)'에 출석할 것을 명령했으나 서 회장은 법원이 명령한 기한을 지키지 않고 있다.

4일 미국 뉴욕·뉴저지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 리조트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2022년 7월 5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 자본금보다 많은 액수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2016년 6월, 미국 뉴욕·뉴저지 일대에서 고급 스파 사업을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기로 하는 계약을 최우영씨가 운영하는 TFI투티유한회사 및 플로리스 투티 인터내셔널과 맺었다.

최씨는 미국 뉴욕에서 '네일-스파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당시 20여개의 스파 등 사업장을 운영 중이었다. 특히 대명소노측은 미국 내 최대 쇼핑몰 보유업체인 사이몬 프라퍼티그룹의 쇼핑몰에 매장을 보유한 최씨에 대해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명소노측과 최씨측은 계약 이후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모두 11개의 스파 매장을 열었다.

이들간 계약에 따르면 대명소노측은 최씨의 네일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지분을 받아 공동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또 새롭게 연 스파 매장의 사업장 임대료는 각각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특히 양측은 사업특성상 초기 3, 4년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운영상 손실은 공동 부담 하기로 하는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경영상의 이유로 그해 4월 대명소노측은 일방적으로 미국 사업을 취소했다.

서 회장은 2020년 4월20일 최씨측에게 직접 보낸 메일에서 "회사는 IMF때 부도 난 이후로 아주 심각한 위기 속에 매일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3월부터 모든 직원들이 절반 출근, 급여 삭감 등을 하는 상태"라면서 "미국 사업에 대해 완전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씨측은 홀로 남아있는 기간 임대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임대료와 인건비, 미래사업기회 손실 등 5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최씨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50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명소노측에 걸었다.

뉴저지 법워너 판사가 사인한 명령서. 원고측 최우영 대표 제공./

이에 사건 관할 법원인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지방법원은 서준혁 회장에게 8월21일까지 최소 2번 이상 '법정 외 증인신문(Deposition)'을 마칠 것을 명령했다.

미국 재판에서 '법정 외 증인신문(데포지션)'이란 최종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양측 변호사가 합의한 장소에서 증언하게 하는 신문 절차다. 데포지션은 최종 재판 이전의 '중간 재판'격으로, 본건을 종결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미국 재판에서 최종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는만큼 데포지션은 중요하다. 데포지션에 출석한 당사자의 증언은 전문 증거로 분류되고, 실제 최종 재판에서 증언한 것처럼 간주된다.

법원은 또 최씨측이 요청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재정보고서와 2016년 이후 현재까지의 모든 거래기록 및 지점 보고서, 소노인터내셔널과 미국지사 및 파트너간 재정 관련 이메일, 감사받지 않은 분기 보고서 등에 대해서도 대명소노가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서 회장은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기한 내 데포지션에 응하지 않았다. 서 회장은 보호명령을 신청했지만, 판사는 이를 거절했다. 서 회장은 또 법원이 명령한 서류 대부분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대명소노측은 지난 8월, 최씨측에 법원이 명령한 2번의 데포지션 중 1번을 빼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서 회장에게 오는 19일까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판사가 심리한 본건 전체 소송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문에 서 회장이 데포지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대명소노측은 "미국 법원의 기준에 의거한 적법한 절차 내에서 진행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대명소노측은 이번 사건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 변호사가 과거 주축으로 활동한 대형 로펌 K&L 게이츠에게 맡겼다. 최씨측의 변호인은 Aronsohn Weiner Salerno & Kaufman이다.

한편 서 회장이 데포지션을 받는다면, 한국재벌총수가 미국 법원 명령으로 데포지션을 받는 일은 지난 2005년 3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이후 18년만에 두 번째다.

대명소노그룹의 2세이자 외동아들인 서준혁 회장(43)은 올해 1월 1일자로 대명소노인터내셔널 회장으로 승진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휴양 콘도미니엄 분양관리, 운영업을 목적으로 1987년 설립된 회사다. 소노인터내셔널은 현재 소노, 쏠비치, 오션월드, 비발디파크, 골프장, 소노시즌 등을 운영 중이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