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스님 입적' 칠장사 가보니…누군가 불 낸 듯 요사채만 전소
신도 "자승 입적 안믿겨"…경찰, 유관기관과 합동감식·모든 가능성 수사
차에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메모
- 최대호 기자
(안성=뉴스1) 최대호 기자 = "간혹 기도드리러 오는데, 믿기지가 않네요. 대한민국 큰스님이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하시다니. 뉴스에서는 유서가 나욌다고 하는데, 왜 그러셨을까 의문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69)이 입적한 칠장사 앞.
30일 오전 찾은 이곳은 평소와 달리 주차장 입구부터 분주했다. 자승스님 입적 소식을 사찰을 찾은 불자와,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 취재진 등으로 북적였다.
칠장사 주차장에서 만난 한 신도는 "믿기지 않는다"며 사찰 화재 및 자승스님 입적에 황망해했다.
불이 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숙소)는 종무소 등이 있는 사찰 법당과는 직선거리로 100여m 떨어져 있다. 자승스님은 그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의 현장 통제로 요사채가 있는 곳으로의 출입이 막힌 상태였다. 하지만 칠장산 등산로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불에 타 소실된 요사채를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요사채는 타다만 나무기둥 등 일부 잔해만 남긴 채 모두 소실된 상태였다.
하지만 요사채가 주변 법당 건물 등을 보면 불이난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화재의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누군가가 요사채만 타도록 불을 낸 것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승스님은 전소된 요사채에서 소사체로 발견됐다. 칠장사에 주차된 자승스님의 차량에서는 자승스님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부탁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자필 서명이 담겼다.
또 지강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칠장사는 칠장산 중턱에 위치했다. 인근으로 20여채의 민가가 형성돼 있다.
국가정보원은 불교계 큰 별이 졌다는 소식에 이미 전날 현장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측은 언론에 "자승스님이 불교계 유력인사이고 사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등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다.
칠장사 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자승스님이 혼자 요사채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그러나 자승스님의 메모가 필적과 일치하는 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계획이다.
1954년 4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조계종 내의 대표적인 행정승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종단의 주요 교역직을 두루 거친 후 총무원장을 지내며 개혁종단 설립 후 불교계 하나로 묶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종단 권력이 자승 스님에게 집중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인의 시신은 경기 안성시 성요셉병원에 안치됐다. 조계종 고위 관계자들은 병원 인근 성혜원 장례식장 3·5분향실에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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