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스님 입적' 칠장사 합동감식…전날밤 국정원도 현장점검

CCTV 영상 확보해 자승스님 혼자 요사채 들어간 사실 확인
국정원 "경찰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위해 여부 등 확인"

30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가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타 잔해들만 남아있다.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는 안성경찰서,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날 오전 화재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3.11.3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안성=뉴스1) 최대호 유재규 기자 =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69)이 입적한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등 유관기관 합동감식 30일 오전 11시 시작됐다.

합동감식은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 안성경찰서,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해 진행한다.

감식반은 이번 화재로 전소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숙소)를 중심으로 발화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한 감식을 벌인다.

자승스님은 요사채에서 소사체로 발견됐으며, 칠장사에 주차된 자승스님의 차량에서는 자승스님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자필 형식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자필 서명을 담았다.

또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에게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칠장사 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자승스님이 혼자 요사채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화재 당시 칠장사에 있던 사찰 관계자 3명은 요사채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자승스님의 입적을 두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자승스님의 메모가 필적과 일치하는 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계획이다.

전날 밤 화재가 발생한 이후 국가정보원 관계자들도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자승스님이 불교계 유력인사이고 사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1954년 4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조계종 내의 대표적인 행정승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종단의 주요 교역직을 두루 거친 후 총무원장을 지내며 개혁종단 설립 후 불교계 하나로 묶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종단 권력이 자승 스님에게 집중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인의 시신은 경기 안성시 성요셉병원으로 안치됐다. 조계종 고위 관계자들은 병원 인근 성혜원 장례식장 3·5분향실에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화재는 29일 오후 6시50분쯤 요사채에서 발생했다. 요사채는 종무소 등이 위치한 사찰 본건물과 약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약 3시간만에 꺼졌다. 요사채는 전소했고, 자승스님은 소사체로 발견됐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