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만 수천개 추적한 경찰…'강도살인' 범행 직전 범인 검거

김경엽 광주청 경위…지문대회서 세계 최고 인정
"지문감정 분야 인정받길…범인 조기 검거 주력"

국제 지문 감정 경연대회에서 전세계 1등에 이름을 올린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 김경엽 경위(38)의 모습.2024.12.2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지문 감정이 영화에서처럼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문 감정으로 범인을 조기 검거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8일 국제 지문 감정 경연대회에서 세계 1등에 이름을 올린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 김경엽 경위(38).

대회에는 47개국 경찰 과학수사관, 감정기관 종사자 등 총 348명이 참여했다.

김 경위는 "온라인 시험이라 집에서 응시했는데 전세계에 있는 프로들과 실력을 견준다니 긴장됐다. 그럼에도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지문의 특징점을 찾아나갔다"고 설명헀다.

시험에는 제시된 지문을 보고 5명의 지문 가운데 누구의 몇번째 손가락 지문인지를 알아맞혀야 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총 20문제로 2시간 동안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야 한다.

틀린 경우는 배당된 점수의 50%가 감점된다. 실제 지문 감정으로 확인된 신원이 틀리게 되면 무고한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설계다.

문제는 지문이 뭉개지거나 쓸려 왜곡이 심한 경우다. 각 지문의 특징점을 대조해 빨리 감정하는 게 관건이다.

시험 시작 1시간 23분만에 풀이를 마쳐 만점을 받은 김 경위에게 비결을 묻자 "지문은 제각기 다르다. 능선의 이어지고 끊어진 모양 등 특징점 12가지를 빠르게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귀뜸했다.

국제 지문감정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 김경엽 경위(맨 오른쪽)의 모습.(경찰청 제공)2024.12.20/뉴스1

김 경위가 이번 대회에 출전한 것은 단순히 실력 검증 차원이 아니었다. 광주경찰청의 우수한 지문감정 능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범죄영화 속 장면처럼 시스템에 지문을 넣기만 하면 '일치'라고 분류하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그는 "실제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은 조각 지문이거나 희미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사람 눈으로 수 백번 들여다 봐야 한다. 시간이 다소 필요한데 일부는 빠른 결과 도출만을 원한다"고 어려움도 토로했다.

두꺼운 안경은 기본에 눈 영양제가 필수인 격무지만 사건 해결에 보탬이 된다는 자긍심으로 10년째 지문 감정에 매진하고 있다.

빠른 지문 감정으로 또다른 피해자를 막았을 때는 보람도 느낀다. 수년 전 광주에서 택배기사를 가장해 가정집에서 강도살인한 범인은 부산에서의 두번째 범행을 계획하던 중 지문 감정으로 인해 덜미가 잡혔다.

그는 "강력 범죄 피해자는 일상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트라우마가 남는다. 범인을 못 잡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떠는 경우도 많다"며 "지문의 경우 채취 후 정확한 감정만 뒷받침되면 범인을 금방 특정해낼 수 있어 그런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타이틀을 쥔 김 경위는 '지문감정' 분야가 전문성을 인정받길 바란다. 그는 "이번 수상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 본연의 업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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