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만 꾀는 '여우 혓바닥'…전과11범 50대女 출소 7개월만에 또

[사건의재구성] 90년 절도죄 선고 이후 34년간 동종범죄
호의 베푼 고령 어르신만 노려 범행…법원 징역 4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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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김동수 기자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A 씨(53·여)는 1990년 4월 법원에서 절도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살이 되던 해 징역형을 첫 선고받은 A 씨는 이후 34년간 동종범죄로 무려 11차례 '징역살이'를 했다.

뚜렷한 직업도 없고 거주지도 일정하지 않았던 A 씨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마치 '일상'처럼 변했다. 전국을 돌며 수십차례 절도 행각을 벌인 A 씨는 범죄에 취약한 고령 어르신들만 노려 금품을 갈취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20일 전남 목포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출소했으나 7개월 만에 또다시 유사 범죄를 저질렀다. '잘못된 손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A 씨의 친근한 화법(?)과 남다른 범죄 수법은 고령의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

A 씨는 지난해 8월 9일 울산 북구에 있는 피해자의 주거지인 아파트를 찾아가 친분을 쌓은 뒤 범행을 일삼았다.

"여기 앞 00아파트 00호 사는 사람인데, 언니가 문을 잠그고 가서 하룻밤만 신세를 지고 싶다"며 현관문을 두드렸고 딱한 A 씨의 사정에 고령 피해자는 호의를 베풀었다.

집 안으로 들어온 뒤 현금이 있을 만한 위치 등을 파악한 A 씨는 하룻밤을 자고난 뒤 "내 집을 구경시켜주겠다"며 피해자를 꾀었고, 이에 넘어간 피해자가 먼저 집 밖으로 나서자 그 틈을 노려 합계 27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A 씨는 피해자와 함께 걸어가다가 "먹을 걸 사오겠다"며 거짓말한 뒤 달아났다.

이 사건 외에도 "집에 열쇠를 두고 왔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김치와 참기름 등을 보내줘서 어려운 노인들과 나누고 싶다", "폐지나 고물이 있으니 드리겠다", "같은 교회에 다닌다", "새벽기도 따라가도 되냐"는 등으로 말을 걸며 고령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1231만 원 상당의 금품을 상습적으로 갈취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지난달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 씨와 검사 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습적으로 절도를 저질렀다.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계획적이며, 범행 대상 대부분이 범행에 취약한 고령층이란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준법의식이 미약해 30년 넘게 동종 유사 수법의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등 노력을 특별히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