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의 기적'…경영난에 문닫은 병원, 주민 힘모아 다시 열었다

[지방지킴]영암 '우리금정의원' 개원…기존 의원 폐업 4개월만에
주민들 병원 리모델링에 5천만원 투입…삼고초려 끝 의사 모셔와

전남 영암 금정면의 '우리금정의원'이 21일 개원했다.(영암군 제공) ⓒ News1

(영암=뉴스1) 박영래 김태성 기자 = 경영난 등으로 문을 닫은 시골 의원이 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23일 전남 영암군에 따르면 금정면의 '우리금정의원'이 지난 21일 개원했다. 개원식에는 우승희 영암군수와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금정의원은 지난 5월까지 운영하다 문을 닫은 옛 금정연세의원 자리에 들어섰다.

금정면의 유일한 의원이었던 금정연세의원은 인구 감소와 건물 노후, 의사의 타 지역 전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문을 닫았다.

의원의 폐업상태가 4개월가량 지속되면서 당장 주민들의 불편은 컸다.

금정면 주민(9월 말 기준 1991명) 가운데 60%가 65세 이상으로 주민들은 진료를 받으려면 버스와 택시 등으로 30분 넘게 소요되는 영암읍으로 나가야 했다. 조금 큰 병원으로 가려면 1시간 걸리는 광주 등지를 찾아야 했다.

주민들의 불편 호소가 지속되자 지역의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해법 마련에 나섰다.

금정면문예체육진흥회는 주민사업 기금을 확대·적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자는 의견을 내놨다.

새로 문을 연 우리금정의원 문승환 원장이 진료를 하고 있다.(영암군 제공) ⓒ News1

이 제안을 놓고 이후 진흥회는 3차례 회의를 열었다. 다행히도 금정면에 소재한 태양광발전소에서 매년 내놓는 지역발전기금이 있었고, 이 가운데 5000만원을 병원 리모델링에 투입했다.

바쁜 농번기였지만 마을 청년들은 병원 리모델링 공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농촌지역 근무를 꺼리는 상황에서 의원을 이끌 의사 구하기는 최대 고민거리. 주민들은 최근 광주의 한 대형병원을 퇴임한 영암 출신의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삼고초려 끝에 마침내 문승환 원장(62)을 채용하는 데 성공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주민자치를 통해 문 닫은 지역 의원을 살리고, 어르신 등 의료취약계층의 불편을 덜어준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한 모범사례를 금정면에서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금정면문예체육진흥회장은 "지역을 지키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흥회 회원들과 함께 의원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개원을 위해 도움을 준 금정면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게 특히 고맙다"고 전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