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보다 어려웠던 한국시리즈 티케팅…가을 야구로 뜨거운 광주

경기·대구·제주 등 전국서 발걸음…"대기 시간 지루하지 않아"
호랑이 vs 사자 31년만에 맞대결…팬들 서로 "승리는 우리 것"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 삼성라이온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는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앞에서 팬들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2024.10.2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박지현 기자 = "BTS 티케팅보다 어려웠어요…광클 끝에 성공, 누구보다 즐기고 갈테니 꼭 이겨주세요!"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리는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평일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작 4시간 여 전 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야구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팀스토어는 오픈 시간 전부터 유니폼과 응원도구를 사려는 이들로 긴 대기줄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가장 먼저 팀스토어에 입장한 홍대희(41)·박지은 씨(34·여) 부부는 경기도 수원에서 전날 티케팅에 성공한 직후 광주를 찾았고,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장에 왔다고 한다.

홍 씨는 "kt위즈 팬인 아내가 오늘만큼은 KIA타이거즈팬을 하기로 했다"며 "제대로 된 응원을 하기 위해 아내와 아이들 유니폼을 구매하고자 기다리고 있다. 열띤 응원을 할테니 김도영과 소크라테스의 시원한 한방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야구팬들은 긴 대기 시간 동안 캠핑의자를 펴고 앉아 기다리거나 어렵사리 구한 자신의 티켓 인증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서울에서 오전 열차를 타고 온 소이안 씨(25·여)는 "야구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한국시리즈다. 현장 분위기를 몸소 느끼기 위해 일찍 광주를 찾았는데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다"고 전했다.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 삼성라이온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는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야구팬들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4.10.2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이른바 호랑이와 사자가 맞붙는 '달빛 한국시리즈'는 1993년 이후 무려 31년 만이다.

역대 한국시리즈(KS)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1.4%, 42차례 KS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30차례 우승했다.

이러한 통계로 이날 1차전에서의 승리를 바라는 팬들의 기대감도 엿보였다.

11번의 우승 기록과 2017년 이후 7년 만에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KIA의 팬들은 빨간색과 흰색 유니폼을 입거나 응원봉, 머리띠 등 응원도구를 갖춘 채 호랑이의 승리를 기원했다.

전신인 해태타이거즈 시절부터 팬이라는 고 모씨(50·여)는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본인의 가게 문을 닫은 채 광주를 찾았다.

고 씨는 "밤새 새로고침을 눌러 취소표를 겨우 구한 뒤 곧바로 광주로 출발했다"며 "올 한해 KIA가 보여준 기세가 대단했다. 그 기세를 몰아 오늘도 어김없이 팬들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 장담한다. 양심상 한 경기만 내준 채 5차전이 열리는 홈에서 우승을 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KIA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 트로피(8번)를 가진 삼성라이온즈 팬들도 곳곳에서 파란 유니폼을 입은 채 승리를 자신했다.

대구에서 온 류혜운 씨(26)는 "빨간색 유니폼이 압도적으로 많아 살짝 위축되긴 한다"며 "하지만 삼성은 응원력이 강하고, 경기는 조직력으로 승부한다. 구자욱 선수가 부상에서 복귀하고 박병호 선수가 받쳐줄 수 있는 만큼 오늘 경기 흐름은 삼성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 삼성라이온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는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야구팬들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4.10.2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현장에는 경기 두시간 전 취소분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약 없이 대기하는 팬들도 여럿 있었다.

경기도에서 연차를 내고 온 김연진 씨(29·여)는 티케팅에 실패했지만 무작정 야구장을 찾았다.

김 씨는 "판매사이트에 취소표가 뜰까봐 하염없이 새로고침하며 기다리고 있다"며 "만약 티켓 구하기에 실패한다면 DJ센터에 가서 응원할 예정"이라고 아쉬워했다.

티켓을 구한 이들도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였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부천에서 온 경유미 씨(31·여) "BTS, 빅뱅 콘서트도 티켓팅에 성공한 전력이 있지만 이번은 그들 콘서트보다도 엄청나게 힘들어 실패했다"며 "결국 친구가 구매한 티켓으로 오게됐는데 어렵사리 온 만큼 오늘 경기를 누구보다 즐기고 가겠다"고 했다.

박하은 씨(25·여)는 "티켓을 구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정규시즌 우승을 한 뒤 미리 열차표를 구매해놨다"며 "PC방에서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동시에 이른바 광클을 해 겨우 성공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치러지는 1차전에서 KIA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과 삼성 원태인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