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뺑소니범 이틀만에 검거…광주경찰 공조 빛났다
광주청 형사기동대 베테랑들, 서부서와 팀 나눠 끈질긴 추적
용의자 혼선 일으키며 대전·인천·서울 도주…출국금지신청까지
-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용의자는 잡았지만 20대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26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숙박업소 앞 길거리.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형사들은 건물 밖으로 나온 30대 남성 A 씨를 보자마자 그토록 잡으려 했던 뺑소니범임을 확신했다.
하루 반나절 동안 머릿속에 상기하고 상기하던 CCTV 속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맞아떨어졌다. 형사들은 곧장 A 씨를 긴급 체포하고 그의 도주를 도왔던 30대 도피조력자도 함께 잡았다.
행적 자체가 묘연했던 뺑소니범의 신병을 확보, 장기화할 뻔한 사건을 마무리짓는 순간이었다.
A 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를 몰던 중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특가법상 도주치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20대 연인이었다. 오토바이를 몰던 20대 남성은 중상을 입었고 뒷자리에 탑승해 있던 20대 여성은 숨졌다. 이들은 새벽까지 배달대행 일을 하고 퇴근을 하던 중 A 씨의 음주운전 뺑소니에 참변을 당했다.
경찰들도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20대 연인이 당한 어처구니없는 참변에 분노했다.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고 발생 다음날인 25일 오전 공조 협조를 받아 A 씨 도주 관련 수사에 들어갔다.
A 씨는 사고 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지점에 마세라티를 버려두고 그대로 잠적했다. 마세라티 안에는 블랙박스도 없었고 차주와 A 씨가 일치하지도 않았다.
광주경찰청은 형사기동대 30명을 A 씨 추적에 투입했다. 형사기동대는 기능별 업무, 관할구역을 뛰어넘어 비정형적인 강력 사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지난 2월 구성된 조직이다. 특수수사를 맡는 만큼 다년간의 형사·수사과 경력을 가진 79명의 베테랑 형사들이 배치돼 있다.
서부경찰서와 팀을 나눈 기동대는 실시간 휴대전화 위치 추적, 폐쇄회로(CCTV) 분석부터 시작했다.
비행기 탑승이나 밀항 등 A 씨의 해외 도주 가능성도 열어두고 긴급 출국금지명령도 신청했다.
정황상 현장에서 벗어난 A 씨는 B 씨의 벤츠 차량에 탑승해 대전지역으로 달아났다. 형사들은 CCTV 분석과 탐문의 탐문을 이어갔고 통신 기록, 카드 결제 내역 확인 등 다각적인 수사를 병행했다. 사고 당일 A 씨의 휴대전화 GPS 신호는 인천국제공항 부근에서 사라졌다. 도주 조력자인 B 씨는 A 씨가 외국으로 갈 수 있도록 항공편까지 예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금을 사용하고 도주 중엔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가하면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수사에 엄청난 혼선을 줬다.
형사들은 밤새도록 A 씨의 이동 추정 경로를 따라 CCTV 분석과 탐문을 반복, 경기도로 수사망을 점차 좁혔다. 수사망은 A 씨의 과거 치과 치료 전력이 있는 서울 강남 일대로 넘어가게 이르렀다.
일대 유흥가를 탐문하던 형사들은 숙박업소에서 길거리로 나오는 인물을 보고 자신들이 찾던 용의자임을 직감했다. 확인 결과 A 씨는 용의자가 맞았다. 현장에선 또다른 도피 조력자도 함께 있었다.
형사기동대는 이들을 밤새 광주 서부경찰서로 이송해 신병을 인계했다. A 씨는 이날 서부경찰서 조사에서 "사람을 친 걸 인지했는데 경찰차 사이렌이 들려 무서워 도주했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기법은 공개할 수 없지만 파견을 나간 수사팀은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쉴 틈 없이 수사했다. 고인이 된 피해자를 애도하는 마음"이라며 "용의자 신병을 넘긴 만큼 나머지 수사는 서부서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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