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뺑소니범 음주 인정…"경찰 사이렌 소리 무서워 도망"(종합)

"사람 충격한 사실 알아"…법인 명의 차량 지인에게 하루 빌려
블랙박스 없어 EDR 장치 국과수 의뢰 계획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서울 소재 법인 명의의 마세라티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마세라티의 모습. (독자제공) 2024.9.27/뉴스1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새벽 광주 도심에서 마세라티를 몰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20대 연인을 사상케 하고 도주했던 30대 운전자가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사고 직후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에 두려워 도주했다며 혐의를 시인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30대 A 씨를 긴급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를 몰던 중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명의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 혐의다.

이 사고로 2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그의 여자친구가 숨졌다.

이들은 배달 대행 일을 마친 뒤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A 씨 차량에는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았고, 오토바이는 150여m를 튕겨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주한 A 씨를 사건 발생 이틀 만인 26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강남의 한 길거리에서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충격한 사실을 인지했다. 음주상태이기도 했고 경찰 사이렌 소리도 들려 무서워서 도주했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사고 이후 A 씨는 도피 조력자 B 씨의 차량을 타고 대전으로 이동했다. 이후 현금을 사용해 택시나 공항 리무진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인천공항을 거쳐 서울 등을 배회했다.

사건 당일 밤 A 씨의 휴대전화는 인천에서 꺼진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B 씨는 A 씨를 돕기 위해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경찰은 25일 저녁 긴급 출국금지명령을 내렸다.

A 씨는 서울 등지서 또 다른 조력자로부터 대포폰을 제공받아 사용했다.

A 씨를 도운 조력자 2명은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됐다. 사고 당시 마세라티에 함께 타고 있던 동승자는 방조 혐의로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음주를 인정한 만큼 알코올 수치를 역추적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할 방침이다.

당초 마세라티 차량이 서울 법인 명의로 보험 등이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경찰은 대포차 여부를 들여다봤지만, A 씨가 지인에게 사건 당일 하루만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 당시 과속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과수에 차량사고기록장치(EDR)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들은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pepper@news1.kr